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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와 원더박스
입력 : 2024-02-26 오후 5:46:05
피터팬이 살았던 원더랜드. 배가 고플 때 상상력을 발휘하면 음식이 눈앞에 펼쳐지고, 요정의 가루로 하늘을 날아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곳입니다. 상상과 모험의 세계 말이에요. 후크 선장만 없다면 말이죠. 어쨌든 원더랜드는 가고 싶었던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원더박스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엄마 진짜 재미있대, OO이도 갔다 왔대"라면서요. 파라다이스에서 운영하는 실내 테마파크였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다는 후기들도 많았습니다. 추운날 하루 놀기 좋다는 말에 주말에 영종도에 위치한 원더박스에 찾았습니다. 원더랜드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적당히 돌아다닐 만한 크기에, 주말 점심시간이었지만 사람도 적당히 붐볐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밤풍경 같기도 했고,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에 놀러 왔다는 생각에 '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승부욕에 불타올라 탕진잼(탕진+재미)을 하기 전까진요. 
 
원더박스 내 카니발게임. (사진=뉴스토마토)
 
범퍼카, 회전목마, 어린이용 자이로드롭 등 놀이기구가 있는 점은 여느 테마파크와 비슷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놀이기구가 아니었는데요. 풍선을 터뜨리기, 컵 쓰러뜨리기, 물총 쏘기 등 사행성 게임 앞에 줄을 서며 북적거렸습니다. 원더박스 측은 카니발게임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물총으로 과녁을 명중하면 정확도가 높을수록 인형 기둥이 천장으로 올라갑니다. 8명 중 1명은 반드시 상품인 인형을 탈 수 있는데, 정확도가 높아 인형 기둥이 빨리 올라가는 사람이 승리하는 거죠. 모든 게임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인형을 선물로 제공하기도 하고요. 아직 어린 아이는 원더박스가 원더랜드라도 되는 것마냥 신나게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카니발게임 9회권을 이용했는데, 처음에 안 되는 거 같다가 인형을 1~2개 받기 시작하니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나봐요. 아빠를 꼬드겨 6회권을 추가로 결제해 놀았습니다. "아, 하나만 더 맞췄으면" 인형을 갖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될 것 같았는데 안 됐던 그날의 결과는 피글렛 인형과 손인형 2개로 끝이 났습니다. 
 
확률, 운에 의존해 무언가를 획득한다는 이치를 아이가 아직은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테마파크, 원더랜드의 감성을 느끼며 가는 공간에선 말이죠. 피터팬의 원더랜드는 상상력도 있고, 모험을 통해 용기를 배우고, 자유, 친구와의 협력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이러한 공간이 어른들의 도박 게임과 같은 색으로 물들어져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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