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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개발 이외에 잭팟을 터트리는 방법 중 하나로 '기술이전'이 꼽힌다. 기술성을 입증할 수 있으며,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으로 매출 확대에도 한몫한다. 이 가운데 1조원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킨 3곳이 있다. 빅딜 이후 1년이 경과한 현재 기업들의 재무건전성과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현황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신성장동력 파이브라인으로 KLS-2031(요철골 신경병증 치료제)을 꼽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은 기술이전으로 성과를 낸 인보사 케이주(TG-C)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패소한 상태라 새로운 주력 파이프라인 성과가 절실한 상태다. 다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연구개발을 이어나가기 위한 유동성 제고가 숙제로 남아 있다. 회사 측은 케미컬 사업으로 창출한 매출과 외부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연구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빈자리 이을 주력 파이프라인은 KLS-2031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제조 판매 품목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보사는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로 골관절염 적응증 세포 유전자 신약 후보물질인 TG-C를 이용해 만든 국내 29호 신약이다. 앞서 코오롱 그룹 계열사인
코오롱티슈진(950160)이 연구개발을 진행하던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이 아시아지역 판권을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판매해 왔다.
그러나 인보사는 출시된 지 2년 만에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2액 주성분이 허가 심사 때 제출했던 것과 다른 성분인 것으로 밝혀져 제조 판매 금지와 품목허가 취소 조치가 내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곧바로 2심도 진행했으나 고배를 마시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22년 TG-C를 Juniper에 기술이전했다. TG-C의 연구개발은 코오롱티슈진이 진행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판권을 보유했고,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판권을 얻었다. 그러나 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로 이를 통한 사업 영위가 어려워지면서 기술이전을 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TG-C 기술이전 계약은 총 7384억원이다. 앞서 계약금으로 150억원을 수령했으며, 향후 Juniper의 연구개발에 따른 마일스톤 기술료 약 7234억원을 받기로 했다. 이 계약은 각 국가별 상업 판매가 시작된 후 20년간 지속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소송은 인보사의 재판매를 위해 진행한 것이 아닌 명예를 지키기 위한 과정이었다"라며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판매하게 된다면, 생산시설을 갖춘 코오롱생명과학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오롱생명과학은 새로운 신약인 KLS-2031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꼽으면서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KLS-2031은 요천추 신경근병증을 적응증으로 한 신약이다. 현재 2019년부터 미국에서 임상 1/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금 유출 지속에 지난해 외부 차입 늘려
코오롱생명과학은 KLS-2031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꼽은 만큼 연구개발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다. 실적 악화로 인한 현금유출이 발생하면서 유동성도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코오롱 생명과학은 케미컬 사업으로 창출한 매출과 외부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연구개발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손실 159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연도 같은 기간 3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악화된 수치다.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비용이 늘어난 결과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912억원 수준이다. 직전연도 동기간에 1224억원을 달성했던 것과 비교하면 25.49% 줄었다. 이는 일본 매출 감소 등으로 인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매출 감소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케미컬 사업에서 영위하는 원료 의약품을 일본 제약 회사로 판매하는데 이 부분의 영향이 있었다"라며 "또한, 매출이 잘 나오던 수처리 사업도 향후를 고려해서 정리하다 보니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매출원가율과 판매비와 관리비율 증가도 실적 악화에 한 몫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원가율은 87.67%(799억원)으로, 직전연도 같은 기간 75.5%(924억원)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판매비와 관리비율도 21.8%(267억원)에서 29.77%(271억원)으로 증가했다.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당기순이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의 마이너스(-)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당기순손실(173억원)로 전환했다. 이 영향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마저 -134억원으로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단기차입금과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233억원을 유입시키면서 전체 현금 보유량이 지난 2022년 말 64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14억원으로 상승했다.
최근 코오롱바이오텍을 담보로 받은 80억원의 차입금을 단순 계산하면 유동성 자금은 194억원 수준이 된다. 당장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매년 1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쏟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구개발비(율)로 113억원(12.39%)을 사용했다. 앞서 2020년 119억원(9%), 2021년 143억원(8.65%), 2022년 136억원(7.07%) 등을 연구개발에 사용해왔다. 이에 회사 측은 케미컬 사업부 매출을 연구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유동성 방어 전략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케미컬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으로 바이오 사업 부문의 R&D 비용에 활용하고 있으며, 시설투자 및 추가적인 자금 수요가 있을 경우 금융기관 등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 및 회사채 발행 등 각 필요자금 소요시기를 고려해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TG-C는 현재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는 별도로 진행되는 임상이지만 향후 상업화가 될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의 생산시설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출 동력이 된다. 미국 임상 3상의 예상 종료 시점은 2026년이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