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도심항공교통(UAM)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아마 생소하실 텐데요. 'Urban Air Mobility' 약자입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도심 내 운송에 활용되는 소형 항공기를 의미하죠.
저는 UAM을 직접 봤습니다. 전라남도 고흥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 내 UAM 실증단지 현장 취재를 간 덕분인데요.
아직 '하늘을 나는 택시'라 불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UAM의 주행을 보는 순간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그림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본 UAM은 국내 기발 기체 '오파브'(OPPAV)였는데요. 10분간 오파브가 프로펠러 4개를 돌리며 하늘을 조용히 누비는 동안 저는 고향 대구로 순식간에 가는 꿈을 꿨습니다. 또 대구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로 가는 행복한 생각도 했죠.
저는 타지 생활 6년째입니다. 시간이 빨리 흐른 것 같지만 늘 고향이 그립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 대부분도 마찬가지겠죠.
저는 좀 더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울로 가야만 했습니다. 대구에는 이렇다 할 언론사가 많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채용 자체는 더 없었습니다. 결국 서울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시작해 반지하, 오피스텔 등 거처를 계속 옮기며 살았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모두 대구에서 보낸 제가 대학원 이후부터 고향을 떠나 혼자 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일에 치일 때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소연할 곳도 없었습니다.
아파도 알람을 못 들을까 봐 새벽에 몇 번씩 일어나곤 했습니다. 집에 잠들기 전이면 유튜브로 늘 '30대 타지 생활' '서울 자취' '지방에서 서울로' 등을 검색했습니다. 한 번씩은 백지영이 부르는 '잊지 말아요'를 들으며 눈물도 흘렸습니다.
저는 UAM을 보며 소망합니다. 서울공화국이 끝나길 말입니다. 저처럼 타지 생활하며 눈물 보이는 이들이 줄어들면 좋겠습니다. UAM이 소음 없이 도심 상공을 안전하고 빠르게 날아다닌다면 저의 타지 생활도 끝나지 않을까요.
그 소망은 언젠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UAM 상용화 시 가장 큰 효과는 '수도권 밀집화 해소'입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좁아터진 클럽으로 바뀌는 마법을 여러분도 느껴보셨죠. UAM이 날개를 본격적으로 펴면 서로 몸을 부대껴야만 하는 서울공화국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제 친한 여자 사람 친구가 저에게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네가 대구에만 살았으면 소개팅 주선해 줬을 텐데. 뭐 그렇게 대단한 일 한다고 자꾸 타지 생활하냐?"
그 친구에게 답하고 싶습니다.
"2035년 이후 UAM이 하늘을 가득 채울 때 대구로 돌아갈게."
지난달 28일 전라남도 고흥군에 위치한 항우연 고흥항공센터 내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단지에서 국내 개발 기체인 '오파브(OPPAV)'가 시속 170km 속도(순항 고도 100m, 60m)로 20km 거리의 무인 비행을 선보인 뒤 착륙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