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 등 바람 잘 날 없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또 다른 암초에 직면했습니다. 법원 판결로 해촉됐던 야권 추천 김유진 방심위원이 복귀하면서 위원회 구조 자체가 위법적 상태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은 5일 서울 목동 방심위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금과 같은 위원회 운영은 심의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라며 “제가 위원 지위를 유지함에 따라 위원회는 대통령 추천만 4인이 됐고, 위법적 상태에 놓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심위는 관련법에 따라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3명은 대통령, 3명은 국회의장(여권 2명·야권 1명), 3명은 국회 소관 상임위(여권 1명·야권 2명)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돼 있습니다. 여야 6대 3 구도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했던 김유진·옥시찬 위원이 해촉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정옥·문재완 위원을 위촉했는데요. 이에 대통령 추천 몫은 류 위원장을 포함해 3명으로 채워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원이 김 위원의 본안 판결 시까지 방심위원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발생했습니다. 김 위원의 복귀에 방심위의 대통령 추천 몫은 4명으로 늘어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은 “이정옥, 문재완 두 분 중 한 분은 저의 해촉을 전제로 위원에 위촉됐는데 이 분들이 참여하는 심의와 그에 따른 제재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라며 “정부 비판보도를 이유로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사들이 심의 결과에 불복했을 때 위원회의 위법적 상황과 심의의 절차적 하자는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5일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 참석이 무산된 김유진 방심위원이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한편, 이날 김 위원은 방심위 방송소위 회의에 참석을 시도했지만 소위 배정을 받지 못해 결국 무산됐습니다. 현재 옥 위원의 해촉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진행되는 만큼 그 결과를 보고 소위 배정을 하자는 류 위원장의 의지 때문인데요. 당초 김 위원이 이날 회의 참석 의지를 밝혀 정회, 파행 등이 예상됐지만 김 위원은 취재진을 찾아 입장만 전하고 퇴장했습니다.
김 위원은 “위원으로 품위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회의장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공식적인 좌석조차 없는 회의장에서 발언권도 보장되지 않은 상태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또 다시 ‘회의 방해’라는 누명을 쓰는 일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류 위원장의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책무를 다하지 못하게 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류 위원장은 “소위 배정은 여러가지 고려 요소가 있는데 김 위원이 불쑥 성명을 통해서 마치 제가 의도적으로 배정을 안한 듯한 인상을 주신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