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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기업들 잇단 스톡옵션 행사…도덕적 해이 논란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 기업 70%가 적자
입력 : 2024-03-0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의 임직원들이 대규모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있어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적자에 빠진 상황에서 CEO 등 경영진의 지분 매각은 책임 경영 논란과 주가 고점 신호로 여겨져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나온 스톡옵션 행사 공시는 15건으로 지난해(10건)에 비해 50%나 증가했습니다. 더구나 스톡옵션 행사를 알린 상장사 13곳 중 9개사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관한 공시도 늘었는데요. 정정 건을 포함해 지난해 56건에서 올해 163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을 49억원 보면서 전년대비 적자 전환한 성일하이텍의 임원 6명은 9188주 규모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사진=성일하이텍)
 
성일하이텍은 지난해 49억원의 영업손실(연결)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으나 임원 6명이 9188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등기 임원인 장선우 이사와 마재용 상무, 김형덕 이사, 염광현 상무, 하두성 이사 모두 주당 1만8887원에 1588주, 1400주, 2100주, 2000주, 100주씩 각각 옵션을 행사한 것입니다. 유일한 등기임원인 이동석 사장은 주당 2만5182원에 2000주를 행사했습니다. 
 
5일 성일하이텍 주가는 9만3600원으로 200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염광현 상무의 경우 1억5000만원가량 평가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른 임원들 역시 억대의 차익이 예상됩니다.  
 
적자 성적표에 스톡옵션 공시까지 나오자 주주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한 소액주주는 "실적과 주가가 하락한 상황에서 지금 가격보다 몇배나 저렴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임원들의 사익추구로만 보인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해 별도 기준 63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픽셀플러스의 연구위원들도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사진=픽셀플러스)
 
지난해 63억원의 영업손실(별도)로 적자로 돌아선 픽셀플러스의 연구위원들도 스톡옵션을 행사했습니다. CMOS 이미지센서 전문 팹리스 업체인 픽셀플러스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감소 등으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황인준 연구위원과 장현식 연구위원이 주당 3860원에 각각 2450주, 325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현재 주가(1만110원) 대비 3배 수준의 평가이익을 얻을 전망입니다. 
 
지난 2019년에 기술성 특례상장에 성공한 신테카바이오는 4년동안 영업적자를 계속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자마자 홍종희 이사가 8000주를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사진은 신테카바이오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 (사진=뉴시스)
 
신테카바이오의 임직원도 스톡옵션 행사에 나섰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 과정을 자동화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해 실적도 좋았습니다. 지난 2019년 특례상장한 이후 줄곧 영업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주가가 오르자 홍종희 이사가 3000원에 800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한 것입니다. 
 
신테카바이오는 5일 1만700원으로 마감해 3배 넘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남아 있는 스톡옵션도 많아 홍 이사의 이익은 늘어나겠지만, 그에 따른 유통주식 증가로 주주들의 걱정은 커질 전망입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이 적자 늪에 빠진 상황에서 임원들이 차익을 내기 위해 전환했다기보다는 지금이 정기적인 스톡옵션 행사 주간"이라며 "상정 전에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물량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난 한 해 스톡옵션을 행사한 75개사 중 1분기에 행사한 경우는 14개사에 불과합니다. 대체적으로 행사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란 의미어서, 굳이 주주들이 적자 전환으로 실망한 지금이어야 했느냐는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기업들이 직원의 사기진작과 성과보상을 위해 애용해 왔다"면서도 "카카오 '먹튀' 논란에서 봤듯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스톡옵션의 과도한 행사는 주주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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