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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자가 바라본 저출산
입력 : 2024-03-12 오후 3:57:35
2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 & 유아교육전 29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 & 유아교육전에서 다양한 출산·육아·유아교육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에서 다양한 출산·육아·유아교육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산율 재앙’, ‘1명도 안 낳는 한국’, ‘천문학적 예산 퍼부어도 출산율 반토막’ 등등. 저출산 관련한 신문 헤드라인입니다. 제목은 출산율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출산율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절망적인 통계만이 기사에 가득합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응을 위해 예산 약 380조원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출생아는 약 45만명에서 23만명으로 반토막났고,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합계출산율 1명의 벽이 무너진 건 이미 오래전입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하며 1명의 벽은 무너졌습니다. 지난해는 0.72명으로까지 합계출산율이 떨어졌습니다.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출산율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의 수입니다.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글쓴이가 바라본 출산율 하락 배경에는 보다 경직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카페에 생후 12개월 안팎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엄마가 들어왔습니다. 유모차에서 아이를 빼 카페 소파에 앉혔는데 앉히자마자 칭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안절부절해 보였습니다. 아이의 칭얼거림이 주변에 손님들에게 방해가 될까봐서인 듯했습니다.
 
칭얼거리던 아이를 보며 엄마는 아이를 업을 보조개를 어깨에 맬 준비를 하면서 “안아줄게”라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아이에게 하는 말이 아닌, 주변인들에게 ‘칭얼거려서 시끄러운 거 안다. 내가 조치를 취할 거다’라는 걸 암묵적으로 알리는, 눈치와 불안감에 내뱉는 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카페는 아이의 칭얼거림, 옹알이보다 더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공간입니다. 말 못하는 유아가 칭얼거리는 건 우리가 숨을 쉬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자신의 의사 표현을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이의 칭얼거림을 얼마나 너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경직된 분위기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을 꾸리는 희망을 가지는 건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분 뒤, 아이 바로 옆 테이블에는 아흔이 넘은 노인과 그를 데려온 60대로 추정되는 모녀가 앉았습니다. 할머니는 “요즘 갓난아기를 보기 힘든데 여기엔 2명이나 있네”하고 함박웃음을 지어보이셨습니다. 생의 끝자락을 향해 가는 노인과 이제 막 세상에 한 걸음 내딘 유아가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하면서도 아이 낳을 결심을 하기까지는 아이가 칭얼거렸을 때 미소 지어줄 수 있는 너른한 분위기가 자리할 때나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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