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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2일 15:4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23년은 건설업계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준 한 해였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원가 관리에 애를 먹었다. 특히 주택·건축 등 사업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된데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견건설사들에게 이 같은 어려움은 더욱 크게 닥쳤다. 건설업계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최근, 사실상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포착됐다. <IB토마토>는 지난해 저조한 순이익률을 기록한 중견건설사들의 실적을 짚어보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각 건설사의 전략을 알아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금호건설(002990)이 지난해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최저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현금흐름 악화에 따른 차입 증가, 이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의 영향이 컸다.
다만 최근 건설업계에 큰 위기로 다가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적고, 지난해 토목공사 수주액이 대폭 늘어나면서 넉넉한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올해는 재무 개선작업과 함께 기존 사업들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내실 경영’에 집중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금호건설 본사.(사진=권성중 기자)
지난해 '순이익' 8억원…이자비용 증가 영향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2176억원, 영업이익 218억원, 당기순이익 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3%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0%, 당기순이익은 –96.2%로 역성장했다.
이에 따라 금호건설은 지난해 매출 대비 순이익률 0.04%를 기록했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원자잿값 상승 등 매출원가 증가로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크게 감소했고, 지난해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으로 순이익도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호건설은 지난해 8월 제302회 무보증사채 100억원을 연 이자율 9.6%로 발행했다. 또한 지난해 BNK저축은행(연 이자율 7.5%), 수협은행·오케이저축은행(6.0%)으로부터 총 340억원을 단기차입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연 6% 이상의 이자율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누적 발행 금융비용은 약 50억원으로 전년 동기(28억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금호건설의 주요 연결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실적 상승으로 회사는 순손실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기준 금호건설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순이익 또는 순손실은 금호건설의 연결 실적에 모두 반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7조6247억원, 영업이익 6451억원, 당기순이익 10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2.8%, 영업이익은 7.7%, 당기순이익은 무려 302.2%나 각각 증가했다.
PF 리스크는 '양호'…올해는 SOC 위주 '내실강화'
한국기업평가(034950)가 조사한 지난해 10월 말 기준 금호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8323억원이다. 자본총계 대비 PF 보증 규모는 100% 수준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사업 규모 대비 PF 우발채무 규모는 큰 수준이지만, 손실 확정시 출자전환 예정인 3654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익스포저는 4669억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호건설은 올해 기수주 공사 관리에 전념하며 공사의 수익성 개선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토목부문의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나 8조원대의 수주잔고를 유지하고 있어 먹거리는 충분한 상황”이라며 “올해 경기 변동성에 대비해 철저한 수익성 검증을 거쳐 수주를 진행하고, 가덕도신공항 등 발주 예정인 대형 사업 수주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해 2조3201억원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다. 수주액은 전년 대비 6099억원 감소했지만, 수주잔고는 8조4577억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2조2176억원)의 4배에 달하는 곳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토목부문의 수주 성장세가 눈에 띈다. 토목부문에서는 대장~홍대 광역철도(2242억원), 월곶판교선 9공구(2176억원) 등 굵직한 공사를 수주하며 1조1171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2% 증가한 액수다. 다만 토목공사를 중심으로 하는 건설사의 경우 안정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한 반면, ‘고수익’과는 거리가 먼 탓에 내년에도 수익성의 대폭 개선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건설의 경우 공공·도급공사 비중이 높아 ‘로우 리스크-로우 리턴’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최근 경쟁사들의 주택부문 마진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금호건설의 주택 마진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향후 현장 믹스에 따른 마진 개선과 펀더멘털 개선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