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넷마블(251270)이 올해에만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세 개를 출시하며
엔씨소프트(036570) '리니지' 추격에 나섭니다. 엔씨가 기존 리니지 입지를 강화하며 장르·플랫폼 다변화에 나서는 동안, 넷마블은 상대적으로 뒤처진 MMORPG 강화에 힘쓰는 겁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해 3분기까지 7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4분기 영업이익 17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올해 재도약의 발판이 될 주요작으로는 오는 4월30일 출시할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개의 세력'을 내걸었습니다. 같은 장르인 '레이븐2'와 'RF 온라인 넥스트'도 올해 서비스 예정입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한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 동시 출시하고, 레이븐2는 한국에서 먼저 서비스합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가 지난달 15일 '아스달 연대기: 세개의 세력' 쇼케이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넷마블)
MMORPG 매출 비중 한 자릿수
넷마블은 MMORPG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모바일 인덱스를 보면, 엔씨소프트 '리니지M'과 '리니지W', '리니지2M'이 구글 매출에서 각각 1위와 5위, 8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넷마블 MMORPG 게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은 23위이고, '리니지2 레볼루션'과 'A3: 스틸얼라이브',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는 50위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장르 약화는 매출 비중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넷마블의 지난해 4분기 장르별 매출 비중은 캐주얼 게임 43%, RPG 38%, MMORPG 9%, 기타 10%입니다. MMORPG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6%에서 4분기 9%로 감소세가 가파릅니다. 해외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84%에서 80%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MMORPG 장르의 매출이 줄었다기보다는 지난해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 같은 방치형 장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것"이라며 ”해외 매출 비중은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그간 MMORPG를 중요 수익원으로 인식해왔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게임 배급 업체 473곳 중 주로 배급하는 게임 장르는 1+2순위 기준으로 슈팅(FPS·TPS ·건슈팅) 게임이 37.2%, 롤플레잉(RPG·MORPG·MMORPG) 30.7% 순이었습니다.
하지만 MMORPG 인기의 척도인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 매출이 2022년부터 줄기 시작했습니다. 엔씨소프트 모바일 게임 연간 매출은 2022년 1조9343억원에서 2023년 1조2004억원으로 38% 감소했습니다. 시장 안팎에선 MMORPG 장르에 대한 피로감과 기존 IP 진부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엔씨도 수년 전부터 장르와 플랫폼 다변화를 준비하며 MMORPG 약세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 MMORPG 시장의 전성기는 2016~2018년이라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당시 MMORPG 접속자는 하루 200만~300만명이었지만, 지난해엔 100만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고 분석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MMORPG는 모바일 게임 주요 장르입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MMORPG 수익이 40%를 차지했습니다. 이날 구글 매출 10위 안에 든 게임 중 5개도 MMORPG였습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넷마블의 상위 매출 게임 10개 중 MMORPG인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와 리니지2 레볼루션은 각각 3%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 세개의 세력' 포스터. (사진=넷마블)
작아진 시장서 이용자 쟁탈전
이에 넷마블은 MMORPG 시장에서 기존 사용자를 유인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달 아스달 연대기 쇼케이스 당시 "축소된 시장에서 MMORPG 유저를 확대해 나가는 게 더 큰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상황을 낙관하긴 이릅니다. 게임 IP를 뒷받침할 원작 드라마의 영향력이 약하고, 22일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대작 게임 위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 규모가 24명이고, 민원이 많은 게임 위주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들이 눈을 벌겋게 뜨고 대형 회사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확률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이용자들이 문제를 제보하는 식으로 문제가 촉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대해 넷마블 관계자는 "업계 자율 규제 시행 이전부터 게임 내 주요 확률 콘텐츠의 확률 정보를 공개해 온 만큼,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가 신작들에 미칠 영향은 작다"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