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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오션(042660)이 올해부터 향후 3년간 1조3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시작하면서 향후 고정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수주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조선산업 특성상 수주 확대를 통해 끊김 없이 조선소를 가동해야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화오션은 지난해 국내 대형조선사 중 수주잔액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다. 현재 선박 가격 상승에 따라 조선업계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어 한화오션의 수주 확대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사진=한화오션)
높은 고정비 비중…시설 투자 확대로 심화 전망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지난해 고정비 비용은 총 1조4610억원으로 전체 비용(8조426억원)에서 18.2%를 차지했다. 한화오션의 고정비 비중은 2019년 이래로 전체 비용에서 매년 17~18%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일감이 적어 고정비 부담이 컸지만 인력 감축을 통해 고정비 비율을 유지했다. 한화오션의 종업원 급여는 2020년 8830억원에서 2021년 7471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증가세로 전환, 지난해 9484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간 중에서 고정비 비중은 2022년이 18.8%로 가장 높았고 2021년이 17.7%로 가장 낮았다.
고정비 비중은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마련한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 자금 중 1조2900억원을 시설 투자(5700억원)와 타법인 지분 취득 자금(7200억원)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화오션의 설비 규모가 늘어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인력 확대도 예상된다. 지난해 한화오션의 조선소 가동률은 97.1%로 사실상 완전 가동 상태로 변동비가 고정비보다 더 큰 비율로 증가할 가능성은 설비 확충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정비 중 설비 감가상각비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조선소 자동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선업계의 만성적 문제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이 자동화 등에 쏟는 시설 자금은 올해 2000억원, 내년은 800억원, 2025년은 14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설비 확충 규모가 4000억원을 웃돌면서 그에 따른 감가상각비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고정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을 포함한 조선업계 고정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인건비다. 사람을 기계로 완전히 대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용접 기술을 보유한 인력 등 조선소 인력을 크게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화오션 임직원 평균 급여는 2022년 7300만원에서 지난해 8300만원으로 상승했다.
올해 수주 확대 전망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 중 한화오션의 수주 잔액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오션의 수주잔액은 25조6579억원으로 2022년 말(27조8409억원)에 비해 7.8% 감소했다. 조선소는 대규모 설비와 인력 유지 비용 등 고정비 규모가 높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주를 확대해야 하지만, 한화오션은 반대로 지난해 목표치를 밑도는 신규 수주로 인해 수주 잔고가 감소했다.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대비 2023년 수주잔고를 33조1782억원에서 41조4605억원으로 25% 늘렸고,
삼성중공업(010140)은 같은 기간 28조5599억원에서 28조4123억원으로 수주잔고가 0.5% 감소하는데 그쳤다.
특히 한화오션의 지난해 신규 수주는 41억1000만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목표 수주액 69억8000만달러의 58.9%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인도한 선박 기납품액이 7조7254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신규 수주가 수주 잔고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수익성을 중시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고수하면서 수주가 저조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존재한다.
이에 한화오션은 대형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한화오션은 대형 수주를 따낼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LNG선 12척에 대한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29일 중동지역 선사로부터 초대형 LNG운반선 12척에 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현재 계약에 관련된 세부 내용이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계약을 유리하게 따내기 위한 세부 협상 과정이 이어지면서 계약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협상은 한화오션에게 다소 유리할 가능성도 있다. LNG운반선 선박 가격이 올해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LNG선박의 척당 가격은 2022년 2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2억7000만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선박 가격이 오르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협상이 선박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카타르LNG선 본 계약이 한화오션에게 유리하게 타결될 경우 한화오션은 지난해 부진했던 신규 수주 실적을 크게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선수금 등이 들어오면서 향후 비용 증가 부담도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에서는 카타르 LNG선 12척 계약규모가 28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규 수주 28억달러(한화 3조7500억원)가 추가될 경우 한화오션의 상선 일감도 7개월치가 더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산업이 강점을 보이는 LNG선·VLCC(초대형 유조선) 등은 시장 상황이 괜찮기 때문에 전체 선박 발주량 감소 전망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카타르 LNG선 계약도 곧 본 계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