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대한축구협회(KFA)가 선수들 뒤에 숨어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탁구 사건'으로 촉발된 대표팀 내부 분란 사태 이후 협회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 황선홍 감독이 나서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입니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B조 3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이들은 내부 분란 사태 수습을 위해 나섰습니다.
먼저 주장 손흥민이 나섰습니다. 손흥민은 태국전을 하루 앞둔 2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용기 있는 사과를 치켜 세우며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손흥민은 "강인 선수가 영국까지 와서 사과하는 제스처를 보여준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며 "모든 사람은 실수하고, 그것을 통해 배운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더 단단해지고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으면 한다"고 감쌌습니다.
이어 이강인도 훈련 전 취재진 앞에 서서 "아시안컵 기간 많은 사랑과 응원을 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반성했다. 앞으로 좋은 선수,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일단락되는 모습입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사진=뉴시스)
하지만 여기에도 축구협회는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가 뒤에 숨어 이강인에게 사과를 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축구협회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강인은 사과를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황선홍 감독과도 통화를 했다"며 "내용도 직접 준비한 사항이다. 공항에서 미소를 지은 건 팬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며 합류 후에는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최근에는 하다하다 축구대표팀 유니폼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돼 해명에 나서면서 대한축구협회가 막장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올해 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처음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앞둔 태극전사들이 소집된 지난 19일에는 '아시안컵 유니폼 뒷거래' 의혹이 터졌습니다.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지원 업무를 맡은 직원이 붉은색 홈 유니폼을 빼돌려 수량이 부족해지자 어쩔 수 없이 요르단과의 준결승에서 검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요르단전은 한국의 AFC 경기계획에 따라 원정팀이었다"며 "조사 결과 팀 내 유니폼 수량 부족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각종 논란이 제대로 봉합되지도 않았는데, 어이없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축구협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축구협회라는 단체가 국민 여론이 이렇게까지 악화됐는데, 국민들 앞에 직접 나서 선수를 보호해주는게 아니라 방패로 쓰는 모습이 파렴치하다고 느껴집니다.
모두 반대했던 클린스만 감독 선임부터 '손흥민파 대 이강인파'의 싸움까지 만들어 낸 축구협회가 과연 우리 축구 발전에 필요할까라는 의문점이 생깁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