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정부의 노력에도 좀처럼 물가가 안정화 되질 않고 있습니다. 고금리·고물가의 고착화로 구매력이 크게 감소, 결국 내수 부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금리로 이자부담이 늘어난 데다, 물가를 고려한 임금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실질임금도 2년 연속 뒷걸음질하는 등 소비 여력은 바닥난 상황입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복위에 접수된 채무조정 신청건수는 18만9259건입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4만6072건)보다 29.6% 급증한 수준입니다. 고금리로 채무 부담이 크게 늘면서 개인회생이 '역대 최대'를 찍었습니다. 문제는 실질소득이 감소하거나 경기침체 등의 한계를 버티지 못하는 가계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1월24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퇴근하는 직장인 등 시민들이 길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물가는 다시 급등세를 보이며 가계를 옥죄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은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2%대)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우려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미국도 현재 처한 상황을 '울퉁불퉁(bumpy)'으로 표현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위험과 변동성을 경고했습니다.
물가의 근간인 원유값도 심상치 않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 현황을 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82.7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82.31달러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최고로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80달러를 넘기면서 국제유가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지표는 악화일로입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내려앉은 후 한 달 만에 다시 3.1%로 뛰었습니다. 과일과 야채 값이 폭등하면서 '금사과', '금귤' 등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향후 집계될 실질임금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고물가 탓에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1.1% 감소한 바 있습니다.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물가 상승률에 맞는 임금 인상이 뒷받침되고 있어 주목됩니다. 일본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2% 상승하는 등 22개월 연속 2%대를 이어갔습니다. 올해 임금협상 1차 집계에서도 평균 임금인상률이 5.28%로 33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물가·월급이 다 뛴 '경기 선순환'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한국도 물가 안정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실질임금이 뒷받침되는 '경기 선순환'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장기적으로 실질임금을 확대해 구매력을 증진하고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됩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는 실질임금 하락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더해집니다. 작년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완화에 이어, 올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이 대표적으로 지목됩니다. 기업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배당소득세를 줄여주겠다는 정책 발표도 부자감세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3월 18일 서울 시내 음식점에 수정된 음식 가격이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