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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와 역발상
입력 : 2024-03-26 오후 4:18:55
눈물의 여왕 제작발표회. (사진=뉴시스)
 
'백마 탄 왕자'의 전형성에서 탈피해 '백마 탄 공주'가 등장하는 K-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최근 화제입니다. 신데렐라는 불우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바로 처가살이를 하는 평범한 남자인데요. 시집살이 대신 재벌가에서 하는 처가살이의 애환을 그리며 남녀가 뒤바뀐 역발상으로 재미를 더했습니다. 제사 준비에는 며느리들 대신 사위들이 모여 "홍씨 조상 제사인데 준비 사람은 김씨, 유씨, 조씨, 백씨"라며 불만을 쏟아냅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를 뒤집어 클리셰인 재벌 이야기에 신선함을 줍니다. 
 
클리셰이지만 재벌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에서 흥행 공식이기도 하죠. 현실에선 안되는 게 드라마에선 어떻게든 되니까요. 요즘 이런 말이 통용된다죠. '돈으로 안되는 게 있다면 액수가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해봐라'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있는 재벌은 어느 누구보다 강한 권력을 쥐고 있고, 그것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것을 보며 다들 대리만족을 합니다. 그러나 다 가져서 행복할 것 같은 주인공이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강자의 전복 구도가 생깁니다. 이를 통해 공감능력이 생기고 자신만 알았던 재벌이 주변을 둘러보게 되죠. 
 
주인공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듭니다. 작가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유사합니다. 주인공이 평사원과 결혼하는데, 이부진 사장도 평사원인 임우재씨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세계적 명품 헤르키나를 백화점에 입점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입점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이부진 사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녹즙 미담'은 신라호텔 택시 회전문 충돌 사건과 결이 비슷하고요. 
 
이처럼 클리셰와 역발상을 적절하게 버무린 콘텐츠가 요즘 호평을 받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기사쓰기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일상 속에서도 역발상으로 접근하면 좋은 기사가 나오고, 클리셰인 것 같지만 때마다 써야 하고 나오는 기사들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요즘 독자들에게 호평을 얻는 기사는 어떤 걸까요. 또, 좋은 기사를 위한 역발상이 잘 떠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집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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