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진료유지명령 발동 여부가 주목됩니다.
진료유지명령은 의료법 제59조1항에 따라 의료인 개인에게 현재하고 있는 진료를 유지하라는 정부의 명령으로, 전공의들에게는 이미 내려진 상태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의대 교수들에게도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고 밝혀 왔습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전공의들과 달리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 금지와 행정명령은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의대 교수 집단사직 현실화…정부, ‘진료유지명령’ 예고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 소속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19개 의대 명의로 성명을 내고 “교수들은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 외 의대 교수들도 대부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한 상태로, 총회 등을 통해 제출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25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줄지어 선 환자침대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에 맞춰 진료와 수술 등 근무시간을 줄이고, 4월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수련병원 병원장에게 보냈습니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수 제2차관은 지난 20일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결의와 관련해 “의대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법상 당연히 사직서 수리 금지와 진료유지명령 등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는 정부가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를 막기 어렵고, 행정명령도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일률적으로 사직서 수리 금지와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전공의와 달리 정부 조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진료유지명령’ 효력 놓고 의견 분분…법조계, 대체로 부정적
민법 660조에 따르면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언제든 계약 해지가 가능하고, 사직 통보 후 1개월이 경과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정부는 그동안 전공의가 고용기간 약정이 정해진 근로자로, 사직서 제출 한 달 후에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들은 대부분 고용기간 약정이 없어 한 달 뒤 계약 해지가 성립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입니다.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교수들은 대부분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교원”이라며 “교수들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민법대로 계약 해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근로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는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릴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게 됩니다. 신 변호사는 “의사들이 사직 효력이 발생하기 한 달 전까지 법정근로시간 진료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로 진료유지명령 등을 내릴 근거가 없다”며 “교수들에게 행정명령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반면 정부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공립 대학의 경우 의대 교수들의 사직에 대해 교육부 장관이 일정 정도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료유지명령도 응급실 유지와 같이 특정한 상황에 따라 의료법이 규정한 범위 내 필요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