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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과거사 왜곡 되레 가속…총선 앞둔 정부·여당 '전전긍긍'
'강제동원 해법' 제시했지만 일본선 "강제성 없었다"
입력 : 2024-03-27 오후 1:55:54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3월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제3자 변제안'이라는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는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셔틀외교 복원에 방점을 찍고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피해자인 우리 정부가 가해자인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민 격인데요. 정작 일본은 중학교 교과서에 가해 역사를 축소시키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등 왜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 왜곡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정부·여당이 목전에 온 4·10 총선을 의식해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군위안부 없애고 '독도 고유영토' 주장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8종의 수정 및 보완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교과서에 일제강점기 가해 역사가 흐려지고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한 서술이 확대됐습니다.
 
역사 교과서 8종에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동원 서술 과정에서 '강제 연행' 등의 용어를 쓰지 않거나 제외했습니다. 징병과 징용이 '일부' 사람을 대상으로만 이뤄졌고 노동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기술도 들어갔습니다. 
 
윤석열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했음에도 일본은 오히려 강제동원에 대한 역사 인식이 후퇴한 겁니다.
 
여기에 지난 25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이 피고 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기 위해 지요다구 마루노우치의 일본제철 본사를 찾았지만 관계자도 만나지 못한 채 문전박대 당했습니다.
 
또 4년 전 검정 당시 "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였다(이른바 종군위안부)"라고 표현하며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함께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일본·조선·중국·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였다"라고 서술하면서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뺐을 뿐 아니라 일본 여성도 포함됐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종군위안부'라는 용어 대신 '위안부'를 사용한다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사회 교과서 18종 가운데 15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서술했습니다.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쓴 교과서는 4년 전 17종 가운데 14종으로 82%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18종 가운데 16종으로 89%에 달합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2024 채택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선 악영향 고려해 한일 정상회담 반대"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이 같은 행태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외교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에 기반 해 서술된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원론적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외교부의 이번 성명은 항상 있는 형식적인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김대중정부때는 일본의 왜곡된 교과서 채택률이 현저히 낮았는데, 정부에서 시민사회의 일본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을 지원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물론 일본 각지에서 시민단체들이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채택 반대에 대한 움직임을 펼쳐왔는데, 윤석열정부 들어 해당 시민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줄었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건 4·10 총선을 고려한 것이라는 시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서울 개막전에 맞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3월 중에는 한일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게 없다"고 밝혔는데요. 관련해 일본 경제 주간지인 <JBpress>는 "한국 외교부에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오히려 선거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강하게 반대했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반일 감정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전략적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기시다 총리는 3월 중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한 뒤 4월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고 싶어 했다"며 "그런데 한국 내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래 세대인 중학교 교과서에 담긴 역사 왜곡이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주니가타 한국총영사를 역임한 정미애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역사 교육 문제는 향후 한일 관계에 미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일본의 역사 왜곡은 과거보다 더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의 조치는 예전보다 훨씬 완화된 게 사실"이라고 짚었습니다. 
 
지난 2001년 후소샤 역사 교과서 파동 때 한국 국회에서는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파기까지도 의결한 바 있는데, 현재는 일본에 대한 대응이 더 약화됐다는 겁니다. 다만 정 위원은 "윤석열정부가 일본에 유화적인 것은 맞지만 이전 정부들에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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