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주요 유통 업체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침투에 대한 우려가 한목소리로 제기돼 눈길을 끕니다.
보통 주총은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 점검, 성장 동력 모색, 이사 선임 등 조직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는 장으로 활용되기 마련인데요. 올해처럼 주주들이 일제히 중국 이커머스 침공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앞으로는 익숙한 풍경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28일 롯데그룹·신세계그룹(이마트)·현대지에프홀딩스 등 대형 유통사들의 주총이 열렸는데요. 이날 업체들은 대체로 직접적인 격돌보다는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현대는 중국 이커머스 업계와의 무리한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은 "전쟁은 안 하고 피하는 게 좋다"며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잘 하는 것은 오프라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모색하고 실제 적용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이커머스 문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롯데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국내 메가플랜트 착공, 전기차 충전 플랫폼, 메타버스 사업 등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발굴 및 육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사실상 C커머스와의 경쟁보다는 신산업 영토를 개척하는 중장기 플랜에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이마트는 C커머스의 급성장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취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구 이마트 지원본부장)은 "새롭게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전 임직원이 경영 쇄신에 앞장설 것"이라며 "이마트, SSG닷컴, G마켓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마트가 그간 강조해온 '오프라인도 잘 하는 온라인 회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입니다. 여기에는 SSG닷컴, G마켓이 타 오프라인 유통 업체보다는 대체로 안정적인 고정 고객층을 확보해 경쟁력을 갖춘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대형 유통 업체들이 대체로 수성 전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현실적인 선택이라 분석합니다. 실제로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모바일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쿠팡이 3010만명으로 1위였고, 그 뒤를 알리(818만명)가 추격했습니다. 또 11번가(736만명), 테무(581만명), G마켓(553만명)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한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을 주축으로 충성도 있는 소수 국내 업체들과, 중국 알리, 테무의 구도로 점점 고착화하는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이라면 오프라인 업계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긴 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 C커머스가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지난 1년간 이들 업체의 급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C커머스에 대한 위협 이야기는 상시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한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가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