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산협력 관계부처-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습니다. 이로써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이 대사는 지난 4일 임명된 이후 25일 만에 물러났습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오후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 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 대사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외교부는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 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사와 같은 특임공관장은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용합니다. 따라서 사의 수리도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 대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오늘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대사직을 면해주시기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끝나도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됐습니다. 그러나 공수처 수사 대상인 데다 지난해 12월부터 출국금지 대상이었던 것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이 대사는 자진해서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출국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지난 10일 신임장 사본만 들고 출국했습니다.
그러자 수사 회피·도피성 출국이라는 의혹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 대사의 귀국 문제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입장차로 대통령실과 여당 간 사실상 당정 갈등이 빚어지면서 결국 출국한 지 11일 만인 21일 귀국했습니다. 국내 귀국은 방산협력 관련 주요국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이 대사 쪽은 공수처에 조사를 촉구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지만 공수처는 '당분간 소환조사는 어렵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힙니다. 이 대사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 보고서에 결재하고 하루 만에 뒤집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