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4월부터 물가가 조금씩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변동이 줄면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2% 초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일 대구 군위군 사과 농가 방문을 앞두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의 가격 변동이 심하니 그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2%대 물가상승률 하락을 공언한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달리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정부가 물가를 잡는 게 아니라 농업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25일 농민의 길과 가톨릭농민회, (사)전국사과생산자협회 회원들이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표자대회를 통해 수입농산물 철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행 공급 대책은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가 낮추기와 할인·납품단가 인하 지원 등이 대표적입니다. 각종 지원책으로 정부가 공급량을 늘리면 농산물 가격이 내리고 있지만 사실 농가 입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봇물처럼 밀러드는 수입과일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코로나19가 한창 퍼질 때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소규모 농가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윤 정부 들어 수입 과일을 들여오는 등 물가를 잡겠다는 둥, 농민들을 물가 주범으로 몰고 있다"며 "수지가 안 맞는데 어떤 농민이 농사를 지으려고 농어촌에 남겠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가 농산물의 수입을 늘려 물가를 잡으려 한다며 최근 농민들이 모여 강하게 규탄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하원오 의장은 "656조원 규모 중 농업 예산은 17조원에 불과하고 그 예산을 가장 먼저 집행하는 곳이 외국산 쌀을 사는 것인데,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정부가 농업을 무시하지만 않아도 농어촌은 살 만한 곳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병진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은 "올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칠레와 체결한 지 만 20년 되는 해다. 농가가 어느 정도 대항력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재배 기술이 올라왔는데 사과를 수입하는 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사과는 다른 과일하고 다르게 병충 유입이 굉장히 위험한 과일로 지난해 1년간 사과 생산이 적었다고 수입을 거론하는 것은 과수 농가 입장에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부총리 시절, 국회 농수산위원회에서 올린 30억원 예산이 예산 기획처에서 다 깎여 버렸다. 우리나라 전체 예산으로 봐선 큰 금액이 아닌 것 같은데 농업 예산을 좀 여유 있게 봐주시면 좋겠다"며 농업 예산의 증액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지금 단계에서 답변드릴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지금은 공급 충격 때문에 물가가 오른 거라 농민 피해 안 가게끔 생산에서의 유통구조 개선 노력 등을 임시방편으로라도 하는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현재 모든 나라가 공급 단계에서 물가 안정 노력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상황에선 가장 맞는 대책"이라며 "수입 과일을 들여온다고 해서 국내 과일과 경합하지 않도록 생산자나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물가가 올라서 소비자 부담이 쟁점이 된 것이기에 소비자 체감 물가를 줄이는 게 당장의 정책 목표"라며 "그렇다고 생산자나 산업 피해가 있으면 안 되기에 국내 과수 산업이나 시장에 큰 영향 없는 범위 내에서 농식품부가 잘 판단해 요청하면 할당관세는 크게 부작용 없는 범위 내에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과수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2일 발표할 예정입니다. 가격 급등 과일의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30년까지 재해예방시설 보급률 30% 확충하는 내용의 중장기 대책이 담길 전망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1일 대구 군위 차세대 과원 기술개발 현장을 찾아 재해예방 시설 조기 설치 등 선제적 사과 생육 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