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보험금 부지급률이 높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수시 검사에 들어갑니다. 회사별로 부지급률이 높거나 특정 사유에서 부지급이 많은 사례 등을 검토해 검사 대상을 정할 계획입니다. 부지급률은 전체 부지급 건수를 청구건수로 나눈 비율인데요. 실손보험 등 보험금 청구가 잦은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사보다 부지급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 "부지급률 높은 보험사 선정"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부터 일부 보험사들을 선정해 보험금 지급 관련 수시검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생보·손보사 2~3곳을 선정해 특정 상품의 보험금 지급 과정을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상품을 많이 판매한 회사와 상품 통계 등 객관적인 기준을 기반으로 지급 부진이 높은 곳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달 정기검사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수시검사 세부 테마를 정해 내달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지급률이 높으면 보험사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금이 많았다는 뜻인데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금 누수를 막는 장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보험사와 가입자 간 상품에 대한 오인을 가려야 하는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사의 부지급률은 위험 기준 경영 실태에 반영되는 요소입니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위험 기준 경영 실태 평가를 7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검사하는데요. 부지급률은 한 항목 중에서도 세부 항목에 속합니다.
즉 부지급률이 높다고 해서 경영 실태 악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은 이를 보험금 심사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전반적인 부지급률은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부지급률은 당국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의료자문 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례가 불거진 경우인데요.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보험금 청구에 관해 외부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의료자문 절차 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겁니다. 예를 들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추정'될 경우 한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확정 진단이 아닌 추정적 원인이라는 이유로 제3의료자문을 진행한 결과 원인미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문구를 명시해 보험금 청구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사가 보험금 삭감수단으로 화해계약을 남용하지 않도록 화해계약 대상 선정요건을 명확하게 하고 내부통제를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보험금 지급요건이 명확하게 확보되지 못해 분쟁이 지속되는 경우 보험사의 내부통제기준 등에 따라 화해계약 체결이 불가피할 때 화해계약을 체결하는 제도입니다.
또한 치매보험처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는 보험상품도 꾸준히 부지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당국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특정 이슈가 있는 부분을 수시검사로 들여다보려는 이유입니다.
보험사들의 보험금 부지급 사유는 대부분 약관에 맞지 않는 보험금 청구이거나 소비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많았다. 사진은 8일 서울 한 건물에 약국과 병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DB손보·농협생명 부지급률 높아
지난해 하반기(7~12월)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대 손보사의 평균 보험금 부지급률은 1.56%입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부지급률은 DB손보(1.77%)가 가장 높았습니다. 현대해상(1.58%), 메리츠화재(1.51%)도 전체 손보사 부지급률 평균인 1.51%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KB손보와 삼성화재의 부지급률도 각각 1.48%, 1.43%로 집계됐습니다. 부지급률이 높은 상품은 재물(삼성·현대), 질병(KB·DB·메리츠)이 가장 많았습니다.
최근 3년간 손보사들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손보사들의 부지급률은 평균 1.45%로 2022년 1.55%, 2021년 1.65% 보다 감소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 등 5대 생보사의 지난해 하반기 부지급률은 0.81%입니다. 역시 전체 손보사들의 부지급률 평균인 0.70%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보험사별 부지급률은 NH농협생명(0.89%)이 가장 높고 신한라이프(0.88%), 삼성생명·교보생명(0.77%), 한화생명(0.75%) 순입니다.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보험상품은 저축(삼성·신한·NH)과 암(한화·교보)로 나뉘었습니다.
손보·생보사 통틀어 가장 많은 부지급 사유는 약관 상 보장하지 않는 보상 범위에 해당되는 약관상 면·부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다음 사유로는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건이 많았습니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계약이 많기 때문에 부지급률 확률도 많은 것"이라며 "부지급 사유는 대부분 소비자나 병원에서 약관을 오해한 경우이기 때문에 무조건 보험사가 기준을 어겨 부지급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금감원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실태와 관련해 수시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