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시 호황 전망에 증권사에 돈을 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인데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신용대출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 증권업계의 이자 할인 이벤트가 투자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4826억원(5일 기준)입니다. 올해 초 17조원대였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월 초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해 두 달 만에 2조원 증가했습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투자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자금입니다.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작년 7월 이차전지 테마 열풍에 20조원대까지 증가했다가 9월 말부터 줄었는데,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하자 신용잔고도 다시 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중순에는 16조원대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올해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따른 저평가주 수혜와 반도체 업황 회복 등으로 코스피가 3000포인트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에 빚투도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투자자들이 빚투에 뛰어들자 증권사들도 신용 이자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일정 수준까지 신용공여를 할 수 있는데,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한시적으로 낮춰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신용거래 1~7일물 이자율을 0%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한화투자증권도 신규 혹은 최근 6개월 거래가 없었던 고객을 대상으로 90일까지 연 4.8% 금리를 적용하는 이벤트에 나섰고, SK증권은 지난달부터 30일간 연 4.5% 이자율의 신용이자 할인 행사를 다달이 진행 중입니다. 교보증권도 이달 말까지 180일간 연 4.5% 이자율을 적용합니다.
신용이자 할인은 투자자에게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춰주지만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이자율을 부과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증시가 갑자기 하락할 경우 투자자가 대출로 매수한 주식을 증권사가 반대매매해 원금을 잃을 가능성도 뒤따릅니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여름 이차전지 열풍에 빚투가 늘어날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가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실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빚투가 폭증하자 일부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융자 할인은 증권사가 통상 실시하는 이벤트 중 하나지만 기존 거래 고객이 아닌 신규 고객이나 거래가 없었던 휴면계좌에 적용하는 만큼 투자자에 대한 유의사항 안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