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지난 6년간 전국 대리점에게 자사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상품의 판매금액 정보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강요한 삼성전자가 공정당국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가전 상품의 판매금액 정보는 대리점의 마진(판매금액-공급금액)을 볼 수 있는 만큼, 향후 대리점이 불리한 위치에서 본사와의 공급가격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리점의 상품 금액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리점의 상품 금액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조사 내용을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제품에 대한 판매액을 전산시스템에 필수 기재하도록 대리점에 강요했습니다. 대리점이 판매액을 입력하지 않을 경우 상품 주문을 할 수 없도록 한 겁니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가 전국 159개 삼성스토어로부터 취득한 판매액 정보 건수는 1만5389건에 달했습니다.
백영식 공정위 유통대리점조사과장은 "조사 당시 전국 삼성스토어 내 (판매 금액 요구 행위가) 시스템화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대리점에게 제공받은 판매액으로 대리점 등급 평가, 장려금 지급 등의 기준으로 활용했습니다. 상품 판매액은 대리점의 영업상 비밀일 뿐 아니라 대리점의 중간이윤이 노출돼 본사와의 공급 가격 협상 등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공정위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경영활동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조사 개시 이후인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는 판매금액 대신 공급금액(대리점이 삼성전자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대체, 대리점의 판매금액 정보 요구를 중단했습니다.
백영식 과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본사가 대리점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판매 금액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가 근절돼 본사와 대리점 간 공정 거래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가전업계 등 대리점 전반에 대한 서면 실태 조사를 통해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리점의 상품 금액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