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고금리가 장기화될 전망이라 산업 경기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라 6월 금리인하설이 후퇴하는 양상입니다.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다 수출 채산성 악화까지 이미 곳곳에 악재가 산재해 더 버틸 여력이 있는지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11일 외신 및 각사에 따르면 미국 고금리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국내 수출 가격경쟁력에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수입물가도 높입니다. 국내 제조업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이 많아 근래는 원자재값 부담이 더 크게 와닿는 추세입니다. 금융비용까지 고려하면 부실기업부터 부도가 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산업별 선두기업을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69.7%였습니다. 전년 62.9%보다 6.8%포인트 올랐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원가율이 101.6%를 찍었습니다. 원가가 매출을 넘어선 것입니다. 재작년 65%에 비하면 36.7%포인트나 오른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LG전자와 현대차는 보합세를 보여 원가 상승을 어느정도 방어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각각 0.7%포인트, -0.7%포인트씩 작은 변동만 있었습니다. 반도체 적자 등 업황이 부진한 분야와 비교해 양극화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국내 유일 완성차업체라 수직계열화 구조에서 원가 상승률을 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전기차 재고 소진과 점유율 경쟁을 위해 테슬라발 가격경쟁이 치열해진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해 업종별 상장사 실적을 집계한 수치를 보면, 거의 대부분 업종에서 원가율이 올랐습니다. 판매관리비가 포함된 원가율을 계산해 보면, PF 부실 사태를 겪는 건설업이 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 서비스업이 1.5%포인트, 섬유의복 0.5%포인트, 운수창고업 9.9%포인트, 유통업 0.2%포인트씩 상승했습니다. 의료정밀업이 31.8%포인트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전통 제조업 중에선 전기전자가 9%포인트, 종이목재 2.3%포인트, 철강금속 1.6%포인트, 통신업 0.2%포인트, 화학업 1.3%포인트씩 상승률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전기가스업이 –19.7% 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2022년 크게 올랐다가 내린 기저효과로 분석됩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 3월 CPI의 연간 상승률은 3.5%로 전월 3.2% 및 시장 예상치 3.4%를 상회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아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블룸버그는 미 연준의 첫 금리인하가 7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주거비와 운송서비스, 육류 등 식료품 가격이 상승했고 중고차와 신차 가격은 내렸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도 전기차 가격경쟁의 파장이 나타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