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제22대 총선에서 험지에 도전한 민주당 후보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낙동강벨트에 나선 김두관 후보를 비롯해 이광재·최인호·홍익표 후보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 거듭 출마해 낙선하면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했듯이, 2024년 버전의 '바보 노무현'들도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좌절된 '원조 친노' 김두관·이광재의 꿈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경남 양산을에서 김두관 민주당 후보는 48.94%를 얻었습니다. 경쟁자인 김태호 국민의힘 후보가 51.05%를 획득, 김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지 못하고 3선에 실패했습니다. 이로써 김 후보는 수없이 반복한 지역주의 타파 도전 사례를 또 하나 추가하게 됐습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그는 1988년 민중의당으로 경남 남해·하동에 출마해 낙선했습니다. 이후 36세가 된 1995년 무소속으로 남해군수에 당선돼 민선 군소로서 최연소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후 민주당 전신 정당들 소속으로 경남지사 선거와 총선에서 각 2번 낙선했는데요. 중간에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이윽고 2010년에는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됩니다. 이후 2012년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도지사직을 그만두는 바람에 지역 내 인망에 타격을 입자, 경기 김포에 출마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2016년 김포갑에서 초선 의원이 된 김 후보는 2020년 다시 경남 양산을로 이동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5일 김두관 민주당 경남 양산을 후보가 소주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 분당을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한 '원조 친노' 이광재 민주당 후보 역시 험지에 도전해 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그는 참여정부 때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바 있는데요. 이후 2004년과 2008년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이뤄진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됐습니다.
2010년에는 의원직을 내던지고 출마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공백기를 겪다가 2020년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에 당선, 정치 무대로 복귀합니다.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채 1개월도 되지 않은 2022년 6월1일, '허니문 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 후보로 차출됐지만, 끝내 낙선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서울 종로에 도전하려 했으나 당의 전략공천에 다시 응해 성남분당갑에 나섰습니다.
3일 이광재 민주당 경기 성남분당갑 후보가 분당구 모처에서 열린 벤처정책대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광재 후보 캠프)
최인호·홍익표, 부산·서초서 악전고투
최인호 민주당 부산 사하갑 후보의 3선 도전도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에 막혀 좌절됐습니다. 최인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의원에 처음으로 당선될 때부터 참모로 활동했습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청와대 부대변인과 국내언론비서관을 지냈습니다.
2023년 10월18일 최인호 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거 경력을 보면 부산 해운대·기장갑에서 200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2004년 및 2012년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부터 부산 사하을에 출마해 2020년 재선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홍익표 민주당 서울 서초을 후보 역시 기존 지역구를 포기하고 험지를 자청한 정치인입니다. 홍익표 후보는 2022년 6월27일 서초을 지역위원장에 지원했습니다. 보수세가 강한 서초을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 서울 성동을, 2016년 및 2020년 중·성동갑까지 내리 3선을 하던 와중이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험지의 벽을 넘기 위한 분투의 대표 격인 노 전 대통령은 어려운 길을 자처해왔습니다. 1988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부산동에서 당선됐지만, '3당 합당'에 반기를 든 끝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 소속으로 1992년 총선과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습니다. 1998년 서울 종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부산 북·강서을에 도전해 낙선했습니다.
부산에서의 선거는 모두 실패했지만 제16대 대선을 치를 때는 '무모한 도전'이 밑거름이 됩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경남·울산(PK)에서 29.85%, 27.08%, 35.27%를 얻었습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때 동일한 지역에서 거둔 15.28%, 11.04%, 15.41%보다 비약적으로 오른 수치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시도는 민주당뿐 아니라, 한국 정치의 역사가 됐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