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특검 상황과 별개로 현재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특검 도입시 공수처에 대한 수사역량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16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입장을 따로 말하긴 힘들다”며 “여러 제약이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특검법이 통과돼도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실제 수사가 이뤄지는 절차에서 시간이 꽤 걸린다”며 “현재는 수사팀에서 기존에 세웠던 수사 일정과 계획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당선인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주요 피의자들을 조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지명된 직후 이뤄진 약식 조사가 전부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만에 자진 사퇴 형식으로 대사직에서 물러난 지난달 29일 이후에도 공수처의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절차와 과정을 세세하게 언급하면 이후 수사 단계들을 예고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고, 아직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공수처는 향후 진행될 특검법 처리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면 특검법 수사 범위에 따라 공수처가 특검에 수사기록을 인계하는 등 사건 수사가 이첩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검법에 진상규명·수사외압 포함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를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5월 2일 본회의 처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검법에는 지난해 7월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숨진 채상병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함께 이 전 장관을 포함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수사외압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공수처의 수사외압 의혹 수사 자체가 특검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겁니다.
성과 없이 사건이 이첩되면 공수처에겐 또다시 수사역량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공수처 수장 임명은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 공수처는 지난 1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이 퇴임한 뒤, 직무 대행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2월29일 판사 출신인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를 최종 후보 2인으로 추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6주 넘게 지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