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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전세대출 받으려면 은행 뺑뺑이…청년들 '한숨'
전세사기 위험에 실적 안 된다고 취급 거절
입력 : 2024-04-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소득 수준과 상관 없이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높고 이자율이 낮아 전세를 구하려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책대출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은행 지점마다 취급 방침이 제각각이라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잦은 대출 거절에 집주인도 꺼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버팀목전세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에서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대출 취급을 거절당하고 여러 지점을 전전해야 한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오기 위해 전세집을 구하던 사회초년생 A씨는 발품을 팔아 HUG 보증 대출이 가능한 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현재 거주지 부근의 은행을 방문했지만 "목적물 근처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A씨는 다시 목적물 부근에 위치한 한 은행의 금융센터를 방문했지만 "기금대출은 취급하지만 HUG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거절당했습니다. 다른 인근 은행 지점에서도 "HUG 상품을 잘 모른다"며 대출이 불가하다고 답변을 받았는데요. A씨는 결국 목적물 인근이 아닌 원래 살던 경기도 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버팀목전세대출은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이 운영하는 정책대출인데요. 만 19세 이상~34세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3억4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를 대상으로 합니다. 대출 금리는 연 1.8~2.7%로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보다 저렴합니다. 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 이내 혹은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이며, 대출 기간은 최초 2년 이후 2년씩 최대 4회 연장해 최장 10년까지입니다.
 
모든 주택에 대한 대출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임차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만 25세 미만 단독세대주는 60㎡ 이하)이고 임차 보증금이 3억원 이내의 주택만 가능합니다.
 
버팀목전세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나 HUG의 담보 보증을 받아 진행되는데요. HF 전세자금보증은 보증 신청인의 소득 및 신용도에 따라 보증 가능 여부나 한도가 결정되는 반면 HUG 전세금안심대출보증은 본인의 소득과 관계 없이 목적물에 따라 보증 가능 여부와 한도가 결정됩니다. 아직 직장이 없거나 소득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도 목적물에 따라 최대 2억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버팀목전세대출 등 정책대출을 끼면 거래하지 않겠다는 집주인들도 많습니다. 대출 심사 기간이 2~4주에 달하는데 그 기간 전세보증금을 받지도 못할뿐더러 다른 계약자와 거래 가능성도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정책 지원 대출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집주인이 자산 보유 현황 공개 등을 꺼리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청년들은 수탁을 맡은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해 은행 여러 곳을 전전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빌라촌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출 거절사유 제대로 고지 안해
 
가까스로 국기 기관의 보증 대출을 끼고 거래하겠다는 집주인을 찾아도 정책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지점을 찾기 힘들다는 토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디 지점에서는 안 된다고 하고 어디 지점에서는 취급한다고 하니 헷갈린다", "청년을 위해서 만든 제도인데 청년이 이용하기 어렵다"는 등 푸념이나 대출 성공 팁을 공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버팀목전세대출의 경우 차주 소득을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된 사례도 있습니다. 프리랜서 B씨는 버팀목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지점 10여곳을 돌아다녔습니다. 매물 서류를 보여주기 전에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주거래은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은행도 있었는데요. B씨는 결국 평소 거래하는 주거래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책대출은 모든 수탁기관(은행)이나 지점이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는데요. 보증기관인 HF와 HUG 측은 버팀목전세대출 수탁기관인 은행의 재량에 맡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증기관 관계자는 "정책대출이지만 공사 쪽에서 은행 영업점의 대출 승인 과정에 관여할 방법은 없고, 관련 규정도 별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대출 취급 권한은 지점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금대출이 은행 상품이 아니고 수탁이다보니 손이 많이 가는 데 비해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아 영업 현장에서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지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대출을 무조건 취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전세 사기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것도 정책 대출을 꺼리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전세 사기가 발생하면 보증기관이 대위변제를 하는데요. 대위변제는 보증기관이 빚을 대신 갚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과 판매 부실 책임을 놓고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 HUG는 우리은행이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보증서를 발급해 손해를 입었다며 대위변제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이 HUG의 손을 들어주면서 우리은행은 전세보증금 전액을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점마다 사정이 있어 거절할 수는 있지만 잘 모른다고 하거나 명확한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대출 거절 사유 고지제도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부당하게 대출을 거절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소비자에 신용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대출 거절 사유를 고객에게 명확하게 안내해야 합니다.
 
HUG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높고 이자가 낮아 전세를 구하려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청년들이 해당 대출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민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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