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지민비조'했습니다. 처음으로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정의당을 뽑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녹색정의당'이지만요.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5분 만에 도장을 찍고 나오는 길, 머릿속은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심판. 최악은 면해야 한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녹색정의당은 '의석수 0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심상정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기자회견 중 말을 잇지 못하는 심 의원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의당 그 자체를 지지했다기보다는 다당제가 정착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교차투표해 왔기에, 정의당의 몰락에는 큰 심경 변화가 없었습니다.
투표권을 행사한 두 정당은 각각 '압승'과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22대 총선은 '심판'만이 존재했던 선거로 기억될 예정입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그들이 주장하던 심판을 오롯이 잘 해내길 바랄 뿐입니다. 더 큰 희망이 있다면, 22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에서 벗어난 제3당이 안착하고, 심판 외에도 여러 대안 정책을 제시해 주면 좋겠습니다. 마치 예상 못한 선물을 받는 기분일 겁니다.
'나'라는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후보를 뽑고 싶었습니다. 언제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에 표를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문제가 있는 건지, 정치 환경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심판의 정치는 지겹습니다. 누가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떠나서 말이죠. 20~30대가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갈등 그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사람 모여 사는데 갈등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요. 단지 문제는 정치가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데 있을 겁니다.
언젠가 '양당제에 종속된 다당제'가 아니라 '진짜 다당제'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나길 바랍니다. 나의 빛깔과 향기에 걸맞은 곳을 발견한다면 그곳에 저의 이름을 써내겠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