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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품은 제로페이, 수수료도 함께 품었다
제로페이 계좌 결제와 수수료율 차이 커
입력 : 2024-04-18 오후 3:47:5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소상공인 간편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377300)가 연동됐습니다. 이번 협력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제로페이에 카카오페이 이용자들까지 끌어들여 사용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민간기업 간편결제시스템과 연동해 제로페이 결제를 할 경우 제로페이 계좌 결제 시보다 수수료율이 훨씬 높습니다. 편의성은 늘어날지 몰라도 수수료 부담이 함께 딸려오는 셈인데, '수수료 제로'라는 의미를 담은 제로페이 이름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미지=한국간편결제진흥원)
 
소진공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부터 제로페이와 카카오페이 결제 연동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제로페이란 카드결제가 고착화된 국내 결제시장에 간편결제를 확산시켜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도입된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QR코드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제 연동으로 총 183만개 제로페이 가맹점 중 현장결제 QR이 비치된 110만개 가맹점에서 제로페이 QR을 통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앱을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라면 전국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제로페이 QR을 통해 카카오페이머니와 카카오페이포인트, 카카오페이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수수료율 차이입니다. 당초 제로페이는 이름 그대로 수수료율 0%라는 의미로 '제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실제로 제로페이 연동 계좌로 결제하면 매출 8억원 이하의 영세상인의 경우 결제 수수료율이 0%입니다. 매출 8억원 초과 12억원 이하는 0.3%, 12억원 초과 30억원 이하는 0.5%, 30억원 초과인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도 1.2%로 낮습니다.
 
그러나 제로페이 QR코드를 통해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경우 0% 수수료율은 사라집니다.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0.25%, 매출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0.85%,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1%,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1.25%의 수수료율입니다. 매출 30억원 초과인 일반가맹점의 경우 하나카드 가맹점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적용 받습니다.
 
결제 방식에 따라 매출 구간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직접적인 비교가 쉽지는 않지만, 일반가맹점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수료율만 놓고 보면 제로페이 계좌결제 수수료율은 0.5%, 카카오페이 결제 수수료율은 1.25%로 0.75%p 높습니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수수료율 부담이 사실상 2.5배가 커지는 셈입니다.
 
제로페이를 운영하는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카카오페이 측이 수수료율을 두고 오랜 시간 협상을 거쳤지만, 수수료율 제로를 표방하는 제로페이 본래 취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수수료율이기도 합니다. 물론 카카오페이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로페이는 민간 결제 연동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이들 결제시스템의 수수료율은 모두 제로페이 결제 시보다 높습니다. 특히 해외결제인 유니온페이의 경우 가장 낮은 수수료율이 1.7%이고, 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일반가맹점에 2.2%의 수수료율을 부과합니다.
 
소진공 측은 제로페이에서 서비스하는 민간기업의 간편결제시스템 이용 수수료율이 계좌 결제 대비해서 높은 것은 맞지만, 신용카드 수수료율보다는 훨씬 낮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나면 소상공인 입장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카카오페이 측은 하나카드와 협력해 제로페이 QR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하나카드의 수수료 체계를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드사 수수료 체계 중 가장 낮은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적용해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면서 더욱 많은 국민들이 다양한 곳에서 카카오페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며 "추가로 사용자 리워드 프로모션을 제공해 결제로 발생한 수수료를 사용자 혜택으로 돌려줘서 소상공인 결제 활성화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소상공인 상생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소상공인 매출증대와 경영관리 지원도 이어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 결제 편익 향상과 제로페이 사용자 확보 차원에서 소진공은 제로페이 제휴사를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방한 관광객 유입 증가에 발맞춰 관광객이 알리페이 등 자국 모바일페이를 활용해 국내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해외결제사와 적극적으로 제휴를 확대했습니다. 수수료율은 제휴사마다 제각각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상공인들이 마냥 반색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알리페이 결제가 가능하느냐는 손님이 생겨서 제로페이 QR코드는 아예 치워버렸다"며 "수수료율이 높고 결제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페이 제휴 소식에 그는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것인데도 수수료율이 높아지는 것은 그동안 카드사들과의 수수료 인하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당장 체감되는 큰 수수료율은 아니지만 쌓이면 큰 돈이 된다. 제로페이를 이용한다면 제로페이의 원래 수수료율을 따라가는 게 맞다. 대기업의 이익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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