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탄이 곳곳에서 터지는 수준이에요. 이 정도면 경제 위기라고 봐야 합니다."
연일 천장이 뚫렸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만큼 치솟는 물가 소식에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먹거리 물가가 문제인데요.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물론 김밥, 햄버거, 치킨 등 끼니 해결용 외식까지 그야말로 오르지 않는 품목을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 같은 참담한 물가 급등 분위기는 통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농축수산물이 11.7% 뛰며 지난 2021년 4월(13.2%)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아울러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3.4%로 평균을 상회했는데요. 외식물가가 소비자물가 평균을 넘어서는 현상은 지난달까지 2년 10개월째 진행 중입니다.
사실 물가 상승 사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불과 약 2년 전인 2022년 7월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체감 상 2년 전보다 더 물가가 오른 것 같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우선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오르는 개념이기 때문에, 수치가 하락 반전하지 않는 이상 플러스라면 무조건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매월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에 따른 물가 피로도도 비례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2년 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3년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에 따른 글로벌 물가 상승,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통화 긴축 가속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본격화 및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보다 거시적 경제 측면에서의 악재들이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컸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올해 물가 상승세는 정부가 지난해 중순 무렵부터 시작된 신선식품의 가격 급등을 통제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데 아쉬움이 큽니다.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시세가 크게 오른 사과, 배 등 품목이 먹거리 가격 전반을 높이는 단초가 된 것인데요. 그럼에도 정부는 기상악화를 이유로 들 뿐 물가 안정의 기본인 효율적인 수급 정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 불안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강달러 현상 지속에 따른 외화 유출 가능성, 국제 유가 급등 등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재들이 쉴 틈 없이 쌓이는 까닭이죠. 게다가 식품 업계는 총선 이후 정부가 레임덕에 직면했다고 본 것인지, 그간 구두 경고를 뒤로하고 제품 가격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는 실정인데요.
정부는 날씨 탓이나 즉흥적인 방편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정교한 거시적 지표 분석과 다양한 시뮬레이션, 금리 조정, 먹거리 생산·공급 조절 종합 대책 등 물가 위기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주력해야 합니다. 먹거리는 '의식주' 중에서도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뼈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먹거리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그만큼 민심은 더 사나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