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하이브 방시혁 의장과 소속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하이브 주가가 이틀째 곤두박칠쳤습니다. 하이브가 경영권 탈취를 이유로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고 어도어 측이 정면 반박에 나서면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향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하이브 주가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브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18% 떨어진 21만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전 9시43분 기준 한때 20만2500원까지 하락하면서 1조원 이상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는데요. 이날 종가 기준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8조7469억원으로 이틀 간 증발한 하이브의 시총은 8539억원입니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진스가 강력한 인기를 보여준 만큼 민 대표의 높은 사임 가능성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팬덤과 대중으로부터 민 대표의 영향력이 높게 평가받았던 만큼 단기 주가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날 어도어 경영진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선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보고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이에 민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뉴진스의 브랜드 가치 침해에 대해 하이브에 입장 표명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는데, 하이브가 답변을 미루다 민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는 설명입니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하이브)
"올 것이 왔다" 레이블 체제 균열
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입장입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뉴진스가 워낙 잘 되면서 거액의 계약금을 물어줄 투자자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하이브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뉴진스가 성장했지만 방시혁 의장은 예전부터 걸그룹을 제작하면 안 된다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걸 깨부순 게 뉴진스"라고 귀뜸했습니다.
특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전면에 나서 총괄 지휘한 걸그룹 아일릿이 데뷔 때부터 '뉴진스 짝퉁'으로 불리면서 양측 간 갈등은 더 심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하이브가 초기 내세웠던 레이블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너무 짧은 주기로 공장형 아이돌을 찍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기존 3대 기획사가 아이돌 데뷔와 컴백에 몇 년씩 시간을 들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하이브는 기존 기획사와 다른 독립된 멀티 레이블 체제를 표면에 내세웠지만 만연한 자기복제가 결국 내부 갈등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법원 허가 받아 주총 소집 전망
현재 어도어 지분은 하이브가 80%, 나머지 20%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탈취가 실제 가능한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하이브는 어도어 감사 결과 '빠져나간다'는 의향과 해외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적힌 문건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는 하이브 사내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문제가 되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들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며 "하이브는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아티스트(뉴진스)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관계된 분들은 모두 각별히 애써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하이브는 최대주주 자격으로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입니다. 어도어 측 이사진을 민 대표 세력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대 2달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는 "하이브는 8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어도어 이사회가 주총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직접 주총 소집이 가능하다"며 "주총이 소집되면 정관 개정부터 대표이사 해임 등 안건 결의도 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번 내분이 다음 달 예정된 뉴진스 컴백에 미치는 영향은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지우 이베스트 연구원은 "뉴진스의 전속계약권이 하이브에 귀속돼 있어 예정된 일정을 포함한 향후 활동은 정상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