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차기 국회의장 경선이 사실상 3파전 구도로 치러질 전망입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조정식 민주당 의원으로 압축됐던 경쟁에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 가세했는데요. 강단과 합리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는 정 의원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조정식 민주당 의원, 정성호 의원. (사진=뉴시스)
'6선' 추미애·조정식에 '5선' 정성호 도전
4·10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내부에선 22대 국회 수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출되는데요. 통상 원내 1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는 게 정치권의 관례입니다. 이를 따른다면 6선인 추 전 장관과 조 의원이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입니다. 하지만 5선의 정 의원이 국회의장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변수가 생겼습니다.
정 의원이 출마하기 전까지 추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내 강성 친명 초선의 지지를 기반으로 차기 국회의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특히 추 전 장관은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 중 가장 강성으로 분류되는데요. 법무부 장관 시절 '추-윤 갈등'의 당사자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악연도 있습니다.
특히 추 전 장관은 역대 의장이 중립을 강조하며 여야 타협을 호소했던 것과 달리 "관행을 따르는 대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며 대여 전선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특검법으로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민주당 일각에선 야당의 특검법 추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국회의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별검사법)을 비롯해 이태원특별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을 처리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처리 시점이 늦춰지거나, 본회의 상정이 거부된 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추 전 장관이 대여 투쟁에는 적합하지만, 국회의장이 대정부 투쟁을 이끄는 역할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합니다. 자칫 정쟁만 난무하는 '싸움판 국회'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야권 일각에선 추 전 장관이 본인의 신념이 확고한 만큼 이 대표나 차기 민주당 지도부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추 전 장관은 2009년 환경노동위원장 재임 시절 민주당을 배제한 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쟁점 법안을 의결하면서 '2개월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전례도 있습니다.
최대 변수는 '명심'…'이재명 마케팅' 본격화
반대로 조 의원의 경우, 비교적 합리적 온건파 인사로 꼽힙니다. 다만 강경 이미지가 약하다는 점이 전선을 강화해야 할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당 내부에선 조 의원에 대해 "국회의장이 되면 (여야 간) 조정만 하다 끝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친명으로 분류되면서 당 사무총장도 맡았지만, 뿌리는 이해찬계로 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조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명심(이재명의 의중)'은 당연히 저 아니겠나"라며 "이 대표와 당과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싸울 때 제대로 싸우고 성과를 만들 때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의원은 22대 국회 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심이 민심이고 국민의 뜻이라면 반영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배출된 국회의장이 민주당 편을 제대로 들지 않았다는 비판과 불만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임 국회의장들을 겨냥해 차별점을 강조하며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 의원은 당내 계속된 비주류 행보 끝에 주류로 올라섰습니다. 이 대표와 오랜 친구 사이로 사실상 당 내부에서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힙니다. 동시에 여당에서도 "정 의원이 국회의장으로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획재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지내며 야당을 설득하면서 양보할 건 양보함으로써 거의 파행이 없었다"고 자평했습니다. 정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는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동시에 정부여당을 견인해 낼 능력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의 약점은 선수입니다. 최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이 됐었던 국회 관례를 고려했을 때 5선 경력은 향후 정 의원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