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전략실장이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장남인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팀장에 이어 신 실장도 디지털 사업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신 실장이 11년 째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 하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신성장 동력을 찾아낼 수 있을지,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보탬이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장남 이어 차남도 자회사 중책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성장은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신 회장 차남의 경영 능력을 시험할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 팀장은 지난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 KCA 손해사정에 입사해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았고, 2022년 신 회장 직속 부서인 그룹데이터팀장에 오르며 경영 승계 작업의 신호탄을 알렸습니다.
차남인 신 실장은 2020년 교보생명의 완전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매니저로 입사한 이후 최근 조직개편과 함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직책에 올랐습니다. 장남에 이어 차남까지 모두 자회사 중책을 맡으며 경영 수업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기존 1실 2담당 조직 체제를 3담당 2실로 개편했습니다. 디지털전략실이 신설되고 신 팀장이 실장으로 승진한 것이 핵심입니다.
경영관리실, 마케팅 담당, 사업지원 담당은 기존 팀장이나 담당들이 이끕니다. 상품 담당은 KB생명, 파리바카디프 등 생보사에서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해왔던 상품 전문가 한정수 담당을 새로 영입했습니다.
이번 교보라이프플래닛 조직개편은 상품 혁신,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부서별 기능을 최적화하고 부서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동안 영업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적극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겠다는 목표입니다.
앞서 교보생명은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적극적인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지난달 교보라이프플래닛에 125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신 회장이 자회사에 대한 자금 수혈과 조직개편으로 차남의 경영 발판을 마련한 겁니다.
교보생명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 신중현 실장이 디지털전략실을 이끌게 됐다. 사진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11년 '적자 고리' 끊어야
교보생명은 포트폴리오 다변화,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등을 위해 올해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를 영입하며 신 회장과 2인 대표 체제로 지주사 전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원래 올해 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FI) 어피너티 컨소시엄 측에서 선임된 사외이사와 풋옵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리스크입니다.
FI 측이 과거 교보생명에 투자를 할 때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을 경우 신 회장을 대상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IPO가 이뤄지지 않으며 교보생명과 FI는 2018년부터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뒤 IPO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지금은 절차가 꼬여버린 상황입니다.
손해보험사 인수 난항도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로 꼽힙니다. 교보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 모두 생보사 인만큼 손보사 인수가 필수적인데요. 교보생명은 최근 진행된 MG손해보험의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매각 희망가가 높아 인수전에 뛰어들기 고민되는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매물 가운데 롯데손보가 가장 우량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있다"며 "롯데라는 브랜드가 주는 힘이 유지될지에 대한 우려, 금융사가 아닌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회사에 대한 영업의 지속성과 연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인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주사 전환을 꿈꾸는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포트폴리 다변화 차원에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선전이 중요합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지난 2013년 설립 이후 11년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데 이어 그룹 오너의 차남까지 중책에 앉히면서 '적자 고리'를 끊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만 대내외적인 영업 환경은 녹록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모기업 보험사에 대한 1사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한 것도 교보라이프플래닛으로서는 부담입니다. 1사1라이선스는 모회사인 보험사와 자회사인 디지털 보험사 간 채널·상품이 중복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입니다. 당초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모회사인 교보생명이 온라인마케팅(CM)을 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영업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디지털 특화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할 수밖에 없는 요소입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온라인 외 별다른 마케팅 수단이 없고 모회사와 중복 상품을 판매하기 힘든 디지털 보험사 특성상 당장 흑자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디지털 보험사가 지금은 적자를 낼 수밖에 없지만 미래 성장 측면에서 외형 성장이라도 이뤄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적자 폭을 줄이는 것에 집중해 2028년 손익분기점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체 홈페이지에서 영업·청약 등 모든 것을 해결하며 다소 소극적이었다면, 현재는 다양한 플랫폼과 제휴를 해서 외부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며 "장기 보장성 보험, 특히 사망보험과 암보험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세울 예정이고 온라인으로 보험 가입에 용이하도록 AI 챗봇 도입에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특화 보험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 (사진=교보생명)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