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8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 양자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최근 이스라엘과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던 이란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양국 간 밀월 관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친러 국가'인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미사일 기술과 무기를 매개로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할 경우, '반서방 연대'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분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신냉전 구도의 한 축인 북·중·러 3국은 이란까지 끌어들이며 세를 확장하는 모양새입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대외경제상 윤정호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외경제성 대표단이 이란을 방문하기 위해 23일 비행기로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윤 대외경제상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하고 온 지 20여일 만에 이란 방문에 나서게 됐습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의 이란을 방문한 것은 2019년 박철민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 이란을 찾아 의회 의장을 만난 이후 약 5년 만입니다.
북·이란·러시아 '3각' 군사협력…중 연대 움직임도 '가속화'
대외경제성 대표단의 이란 방문은 북한이 최근 들어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중국·베트남 등 우호국과 관계 강화 외교의 연장선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북한과 이란은 반미·친러 성향의 전통적 우방으로, 1980년대부터 미사일 기술을 매개로 군사협력을 이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계기로 북한·이란의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러시아뿐 아니라 이란으로부터도 군사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이란제 무인공격기 '샤헤드-136'이나, 이란의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이 북한으로 전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이 이란에 무기를 수출해 외화 획득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또 북한과 이란이 러시아를 연결고리로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북한과 이란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이번에 이란과 만나는 것은 향후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북한이 이란에 무기 수출·지원 등을 함으로써 이란을 같은 연대 전선을 펼치는 파트너라고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동 정세 변화에 대비해서 양국 간 협력을 약속하는 외교적 활동"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반서방 연대'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북·중·러 연대 움직임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 행보는 다릅니다. 중국의 공산당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상무위원이 방북해 지난 11일부터 나흘간 북한에 머물며 북·중 관계 강화에 나섰습니다. 북·러 밀착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할 조짐이 보이자,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올해 하반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연내 중·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5월7일 취임식을 한 뒤 첫 해외 순방으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북·중·러가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러시아·이란 연대에 중국까지 가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북한을 방문 중인 자오러지(오른쪽)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지난 13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 확장하는 북·중·러…신냉전 고착화에 한반도 긴장 고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북·중·러+이란'의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미치 매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서방 인사들은 이들 국가들을 새로운 '악의 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서방 세계가 분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북·중·러 연대는 더욱 세를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2년 넘게 지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앞에서 서방의 최대 군사동맹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원 여부를 찬반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재임 시절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할 경우, 나토의 분열 양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북·중·러는 이란까지 끌어들이는 연대 움직임을 보이며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북·중·러 연대 움직임이 강화됨에 따라 한반도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의 고착화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질서를 위협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