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반드시 유사한 작은 사고와 사전 징후가 나타난다는 법칙이 있습니다. 이른바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1931년 미국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가 산업재해 데이터를 분석해 찾아냈습니다. 대형 사고는 예고된 재앙이며 무심코 지나친 무사안일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지난날 우리나라의 사회 안전도는 어떨까요. 대형 사회재난 등 안전 관련 성적표는 사실상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호우, 태풍 등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고 이태원 참사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불러왔습니다. 디지털을 이용한 성폭력 범죄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2022년 사회재난, 2019년 대비 400배↑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25일 발간한 '한국의 안전 보고서 2023'을 보면, 2019년 63명이었던 사회재난 사망(실종)자는 2022년 2만6576명으로 급증했습니다.
400배 넘게 피해 사례가 급증한 겁니다. 전년 5063명과 비교하면 인명피해는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부상자도 2022년 453명으로 전년 50명 대비 9배 더 늘었습니다.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 등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2022년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는 2만6373명이었고 그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사망자는 159명이었습니다.
사회재난 피해액은 2022년 7조150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 전인 6836억원보다 10배 증가한 겁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25일 발간한 '한국의 안전 보고서 2023'에 따르면, 2019년 63명이었던 사회재난 사망(실종)자는 2022년 2만6576명으로 급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연재난도 심각했습니다.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피해액은 2013~2022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자연재난 사망(실종)자는 2022년 64명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75명에서 2021년 42명으로 감소한 뒤 다시 52.4% 늘어난 수준입니다. 이재민은 약 5만7000명으로 지난 10년 내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자연재난 피해액은 2022년 5927억원으로 전년 661억원에 비해 9배(796.7%) 급증했습니다.
원인은 집중호우와 태풍(힌남노 등)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2021년 3명, 0명이었던 호우와 태풍 인명피해는 2022년 각각 19명, 11명으로 늘었습니다.
피해액만 놓고 봐도 호우 피해가 3326억원(56.1%)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태풍 피해 2440억원(41.2%), 대설 피해 154억원(2.6%)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민경아 통계개발원 사무관은 "지구온난화로 기온, 강수량 등 기후요소가 평년값보다 현저하게 높거나 낮은 수치를 나타내는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2022년 호우일수는 3.8일로 2021년 3.0일 대비 0.8일(26.7%) 많았습니다.
범죄 발생률↑…성폭력 첫 4만건 돌파
사회 안전수준과 치안 상태를 나타내는 범죄 발생률도 다시 오르는 추세입니다.
안전 위해·환경요인 중 하나인 범죄(형법) 발생률은 2022년 10만명당 1952건으로 2021년 1777건 대비 175건 늘었습니다. 이는 9.8% 증가한 수준입니다.
재산범죄와 폭력 발생률이 전년보다 높아졌고, 흉악 범죄가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난 탓입니다.
가장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재산범죄는 2022년 1234건이었습니다. 2017년 1047건 이후 2020년 1272건까지 꾸준히 증가한 후 2021년에는 1114건으로 감소, 다시 반전했습니다.
폭력 범죄는 2016년 487건에서 2021년 350건까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2022년 371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흉악 범죄는 2022년 85건으로 전년 68건 대비 25.0%(17건) 증가했습니다.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마약류 사범은 2022년 1만8395명으로 2018년 1만2613명보다 4년 만에 45.8% 증가했습니다. 30대 이하가 전체 59.7%를 차지해 마약류 사범의 저연령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25일 발간한 '한국의 안전 보고서 2023'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2~3만건 대를 맴돌던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22년 4만1433건으로 4만건 대를 넘어섰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12년부터 2021년까지 2~3만건 대를 맴돌던 성폭력 범죄 건수는 2022년 4만1433건으로 4만건 대를 넘어섰습니다. 직전 연도인 2021년 3만2898건보다 25.9%(8535건) 급증했습니다.
특히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범죄가 급증하는 모양새입니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는 2022년 1만605건으로 전년 대비 2배 뛰었습니다. 2016년 1115건 이후 매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배우자에 의한 성적 폭력 경험률도 줄지 않고 있습니다.
배우자에 의한 신체·정서·경제적 폭력 경험률은 2016년부터 내림세를 보였지만, 성적 폭력의 경우 2%대 유지하고 있습니다. 성적 폭력은 남성(0.8%)보다 여성(3.7%)이 4.6배 더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25일 발간한 '한국의 안전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사회재난 사망(실종)자는 2022년 이태원 참사 등의 영향으로 2만6576명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