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주요 금융지주 1분기 실적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문제로 뒷걸음질 친 가운데 2분기에는 높아진 연체율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에 따른 충당금 이슈가 불거질 전망입니다.
카드론·PF 연체율 고공행진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조3846억원입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채권을 미리 비용 처리한 것을 뜻합니다.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중이 높을수록 대손충당금 규모가 커지고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 여파로 1분기 홍콩ELS 자율배상 손실분을 반영하더라도 충당금 부담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카드사 등 비은행 부문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2분기 충당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우선 다수의 카드사 연체율이 전년 말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업황 침체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것은 비용효율화 노력도 있지만, 저축은행 등 다른 2금융권이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대출을 조이면서 '서민급전'으로 불리는 카드론으로 대출수요가 몰린 '풍선효과'가 큰 몫을 했습니다.
연체율은 앞서 지난해 말 평균 1.63%의 연체율을 기록하며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 데 이어 또다시 악화하면서 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양새입니다.
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연체율이 1.94%를 기록해 지난해 말(1.67%)보다 0.2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지난 2019년 1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2% 문턱까지 왔습니다. 신한카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1%포인트 상승해 지난 1분기 1.56%까지 뛰었습니다. 이는 지난 2015년 9월(1.68%)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카드와 국민카드 연체율도 각각 1.46%, 1.31%를 기록해 1개 분기 만에 0.024%포인트, 0.28%포인트 뛰었습니다. 모두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카드론의 경우 1분기 잔액이 역대 최다를 경신했습니다.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 2월 39조4743억원에 비해 78억원 증가했습니다. 카드론 금리는 14~15%에 달합니다.
증권사 PF 부실, 2분기 실적에 영향
증권 부문도 부동산 PF 부실화 문제와 관련해 예상 손실액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타 업권에 비해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부실률은 가장 높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7조8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조3000억원(73.3%) 증가했습니다. 연체율은 3.35%포인트 증가한 13.73%로 금융권 중 가장 높습니다.
이로 인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많고 중후순위 PF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실적에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예상 손실 규모가 4조6000억원에서 최대 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개별 증권사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증권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습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도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이들 증권사 3곳은 국내에서 자기자본금 규모 상위 3위권을 다투는 대형 증권사입니다.
당국은 PF 부실 사업장 정리 등 정상화 조치를 오는 6월 말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라, PF 부실화 불안감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2분기는 부동산PF 대출 부실을 포함해 연체율로 인한 충당금 문제가 실적을 가르는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1조3846억원입니다. 사진은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사진=각 사)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