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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비밀②)데뷔무대로 살펴본 '뉴진스 홀대론' 실체
걸크러시 르세라핌, 시원하고 화려한 무대
입력 : 2024-05-07 오후 1:24:01
 
[뉴스토마토 윤영혜·신상민 기자] '사녹'. 사전녹화의 줄임말인 사녹은 방송자 관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였는데요. 엔터 산업이 성장하면서 아이돌 팬덤 문화의 확장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가 됐습니다.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섭외 여부나 방송 일정, 무대 미술과 CG 여부 등에 따라 일부 곡의 무대를 사전에 녹화해 송출하는 방식입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음악방송에서 화려한 세트나 CG가 보인다면 전부 사녹이라고 보면 됩니다. 보통 새벽 시간대 진행되는 탓에 밤샘 대기 문화까지 낳았는데요. 사녹의 숨겨진 의미를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하이브(352820)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뉴진스가 르세라핌에 밀려 "하이브로부터 홀대받았다"라는 주장을 했었는데요. 해당 주장 이후 대중들은 방시혁 의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몰려갔습니다. 방 의장의 SNS에는 하이브 레이블 소속 다양한 그룹들과 인증샷이 올라와 있었지만, 뉴진스의 사진은 한 장도 없었는데요. 
 
단순히 사진 한장이 없다는 것으로 뉴진스 홀대론을 기정사실화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본지는 하이브 대표 걸그룹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데뷔무대에 대해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두 그룹의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 세팅만 놓고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르세라핌 vs 뉴진스
 
4대 대형 기획사 아티스트의 경우 보통 음악방송 녹화는 사녹으로 진행되는데요. 사녹 중에서도 음악방송이 가장 공들이는 무대는 아티스트의 데뷔, 컴백 무대입니다. 데뷔 이전부터 대중의 주목을 받은 아이돌의 경우 세트 사녹을 진행하는데요. 컴백 앨범 콘셉트에 맞춘 화려한 무대로 힘을 줍니다.  
 
하이브가 제작에만 수백억원을 들인 첫 여자 아이돌 그룹이란 점에서 르세라핌과 뉴진스는 데뷔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이브 산하 쏘스뮤직 소속 르세라핌은 지난 2022년 5월 데뷔했습니다. 어도어 소속 뉴진스는 3개월 뒤인 2022년 8월 데뷔 무대에 섰습니다. 두 그룹은 데뷔 첫 주 엠넷 '엠카운트다운',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무대에 올랐습니다. 
 
엠넷 '엠카운트다운'과 KBS '뮤직뱅크'의 경우 육안으로 볼 때 무대 규모에서 차이가 납니다. 르세라핌 무대는 공간이 넓게 구성돼 있는 반면, 뉴진스는 무대 자체가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납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음악방송 무대는 1~3개 정도로 사녹 및 방송 스케줄에 따라 달라진다"며 "무대 규모자체에는 의미가 있지 않고 아티스트 콘셉트와 퍼포먼스에 맞게 세트 설치를 하게 되고 이에 따라 무대 크기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SBS '인기가요' 데뷔 무대는 두 그룹의 색깔이 극명히 대조됐는데요. 르세라핌 무대는 샹들리에가 무대 메인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졌습니다. 뉴진스는 무대 위에는 특별한 장식이 없었는데요. 무대 뒤에 대형 LED 전광판이 설치돼 파트별 멤버들의 이름을 띄웠습니다. 
 
인테리어업계 관계자는 "샹들리에 크리스탈은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천지 차이"라며 "LED 전광판도 상당히 고가의 설치물로 단순 비용 평가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방송 시간에서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르세라핌 FEARLESS는 원곡이 2분48초 분량인데요. 인기가요 방송에는 4분23초가 소요됐습니다. 르세라핌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 패션쇼 런웨이처럼 한 명씩 카메라가 잡아주는데요. 등장 신에서만 1분20초를 들였습니다. 뉴진스 어텐션은 원곡이 3분, 방송 시간은 3분12초였습니다. 
 
2022년 5월 2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르세라핌 데뷔 앨범 'FEARLESS' 발매 기념 쇼케이스.(사진=뉴시스)
 
뉴진스 데뷔 당시 스틸.(사진=어도어)
 
"아티스트 콘셉트 따라 무대 좌우"
 
음악방송에 출연하려면 기본적으로 무대 의상비, 헤어·메이크업비, 백댄서비, 세트비 등이 소요됩니다. 인기가 높을수록 비용들이 커지는 구조인데요.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음악방송 무대 자체만으로 뉴진스 홀대론의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르세라핌과 뉴진스의 콘셉트가 워낙 다르기 때문인데요. 
 
엔터업계 관계자는 "르세라핌은 걸크러시 콘셉트에 파워풀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만큼 압도적인 느낌의 무대를, 뉴진스는 사랑스럽고 깨끗한 이미지라서 무대 장치나 장식보다는 '아티스트'에 집중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개별 레이블별 매니지먼트 담당자가 있다 해도 방송국에서는 하이브를 상대로 한다"며 "무대 세트는 아티스트 콘셉트에 대한 논의 끝에 서로 승락해 도출된 결과물"이라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사 PD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개별 그룹이나 레이블보다 소속된 기획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형 기획사일 경우 추후 해외 일정이나 연말 무대를 고려해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데뷔 전부터 화제가 된 아이돌이나 PD 개인의 특별한 취향에 따라 무대에 힘을 실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인기가요' 데뷔 무대. 왼쪽은 뉴진스, 오른쪽은 르세라핌(사진=방송 화면 캡처)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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