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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윈텍(320000)이 제2회차 전환사채(CB)에 대해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실행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13%인 상황에서 총 발행 주식수의 14.33%에 달하는 물량이 풀릴 경우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주가 상승으로 상향 리픽싱이 이뤄진 후 콜옵션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진=윈텍)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윈텍이 제2회차 전환사채(CB) 총 100억원 중 70억원에 대해 콜옵션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된다.
CB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부여된 채권이다. 투자자는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발행자는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자금을 상환하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윈텍은 지난해 7월 100억원 규모의 제2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설정한 주식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 수는 309만5017주로 기발행한 주식총수의 14.33%였다. 문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윈텍의 최대주주는 LTE 제조 기업인 라이트론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라이트론이 보유한 윈텍의 지분율은 13.02%(240만9484주)로, 제2회차 전환사채 전액에 대해 주식 전환이 이뤄진다면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제2회차 전환사채에 대한 주식 전환 기간인 7월2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향 전환 가액 조정(리픽싱)이 이뤄졌음에도 윈텍의 주가가 더 높은 영향이 크다.
통상 전환사채의 상향 리픽싱은 투자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설계를 완화하고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실행된다. 주가의 하락이 발생한 이후 반등할 때 전환가액을 올려 잠재적 매도 물량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윈텍의 제2회차 전환사채에 대한 전환가액은 3231원이다. 앞서 주가 하락에 따라 2278원으로 조정됐던 적이 있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상향 리픽싱이 이뤄지면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전환가액(3231원)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현재 윈텍의 주가(종가 기준)는 4140원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콜옵션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이 같은 상황에서 윈텍은 취득한 제2회차 전환사채를 향후 소각 또는 재매각을 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윈텍의 유동성 자금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매각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윈텍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83억원 수준이다. 제2회차 전환사채 전액을 취득할 여력은 되지만, 유동성 자금의 절반 이상이 유출되기 때문에 재매각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시장에서 전환사채의 재매각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유의할 점이 있다. 만기 전 취득한 전환사채를 최대주주 등에 재매각할 경우, 전환사채 헐값 배정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악용한다고 판단돼 배임 혐의가 될 수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지분율 만큼만 전환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낮은 비용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꼼수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