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나 미숙련 시절에는 매년 최저임금을 숙지하며 최저임금 인상률에 관심이 높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주변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카페 파트타임 근무, 웨딩홀 단기 근무를 할 때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지?' 하며 검색해 본 기억이 납니다.
연차가 쌓이고 임금이 높아질수록 관심도가 조금씩 떨어집니다. 사원 시절을 거쳐 대리급 직장인만 되어도 최저임금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죠. 나에게 득이 될 만한 것을 먼저 기억하는 게 사람의 본능인 만큼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열흘 하고 며칠 후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5% 오르는 데 고쳤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은 최저임금 만원이었지만 7년이 지난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인 2.5%에 머물렀죠.
최저임금에 대한 주제는 항상 극명하게 갈립니다. 대표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해져 속도 조절을 하며 올라야 한다는 쪽과, 실질임금 상승을 위해 보다 많이 인상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리죠.
두 의견 모두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치는 어떨까요? 물가 상승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임금은 2022년, 2023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최저임금은 두 해 각각 5%, 2.5% 올랐는데 실질임금은 -0.2%, -1.1% 떨어진 겁니다. 올해 1월에도 실질임금은 11.1%나 떨어졌습니다. 임금 인상 폭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죠.
"논리 싸움이 아니라 수치가 보여주지 않습니까? 올해는 반드시 더 올라야 합니다. 떨어진 실질임금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한 노동학자에 올해 최저임금에 관해 물어보니 나온 대답입니다.
실질임금이 뒷걸음질뿐만 아니라, 외국인 돌봄노동자 등에 대한 사실상 하향식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이라는 노동 후퇴적인 논의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감안하고서도 아쉬운 행보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런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어디든 나이와 숙련도에 관련 없이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항상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가장 많은 영향과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최저임금을 받는 서민, 사회 초년생, 외국인입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랐는지 조마조마하며 기사를 확인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며 한 번 더 관심을 가져 보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