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올해 초 팬오션 모기업인 하림그룹이 HMM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 뒤 팬오션 주가가 하락해 기존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팬오션 경영진은 자사주 매입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주가 방어 목적으로 해석됩니다. 팬오션은 아직 회사 차원의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진 않고 있습니다.
팬오션의 주력 선박인 벌크선.(사진=팬오션)
9일 업계에 따르면 팬오션 경영진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천세기 팬오션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3200주를 장내 매수로 사들였습니다. 총 1261만12000원입니다. 보유 주식 수는 기존 2355주에서 5555주로 확대됐습니다.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3월 주식 8000주를 장내에서 매입했습니다. 총 3380만원으로 보유 주식 수는 8120주에서 16120주로 늘어났습니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 계속되는 와중에 팬오션 주가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8일 장 마감 기준 주가는 4535원인데, 지난해 같은 시기엔 5000원대였습니다. 그나마 3500원대로 추락했던 올해 초보다 많이 회복한 수준입니다. 팬오션 주가 부진은 모기업인 하림그룹이 HMM 인수 계획을 비친 후 시작됐습니다. 하림그룹은 HMM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단과 협상을 이어왔지만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최근까지 기존 주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중입니다. 팬오션은 HMM도 주가도 잡지 못한 겁니다. 팬오션 소액 주주 A씨는 "모기업 헛발질로 떨어진 주가가 되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며 답답함을 드러냈습니다.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방어하려는 의지로도 풀이됩니다. 실제로 애경산업의 경우 김상준 대표이사, 정창원·오윤재 상무 등 경영진이 최근까지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이어왔고, 올해 초부터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탔습니다. 이 밖에도 한화솔루션, KT&G, 대한전선 등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상황이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아울러 팬오션 주가 추락은 하림그룹 전체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방어가 필수적입니다.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는 팬오션 주식 2억4479만1486주로 총6063억4100만원 규모의 주식담보 대출을 받은 바 있습니다. 팬오션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향후 하림지주의 대출 연장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주주들 민심을 달래고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주주환원정책은 아직 무소식입니다. 경영진 개인이 아닌 팬오션이나 하림그룹 차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의 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