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며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2+2'를 적용한 전세계약 만기도 오는 8월 본격 도래를 앞둔 가운데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릴 경우 전세 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분석입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지난 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라 전주(0.07%) 대비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5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도권 역시 상승 폭이 지난주 0.07%에서 이번 주 0.08%로 확대됐습니다.
신축과 역세권 등 선호도 높은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규 계약가능한 매물이 감소하면서 그동안 상승세 크지 않았던 구축 저가 단지에서도 상승 거래가 발생하는 등 전체 오름폭이 확대됐습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동구가 0.22%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동작구(0.18%), 강북구(0.16%), 서대문구(0.15%), 노원구(0.14%), 성북구(0.11%), 서초구(0.10%), 강남구(0.10%), 중구(0.10%), 은평구 (0.10%) 등의 순이었습니다. 성동구는 금호동1가와 응봉동의 대단지 위주로, 강북구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수요가 있는 번동과 미아동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습니다. 다만 내달 '강동헤리티지자이'와 11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입주를 앞둔 강동구는 이번 주 전셋값이 전주 대비 0.04% 하락했습니다.
시도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자료=한국부동산원)
서울 전세 매물 3만건 하회…작년 1월 대비 절반 수준
전셋값은 올랐지만 물량은 줄었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현재 2만9732건으로 5월 들어 계속 3만건을 밑돌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 1월 5만5882건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 불과합니다. 1년 전 대비 전세 매물이 50% 이상 감소한 지역은 중저가 단지들이 주로 위치한 은평구, 동대문구, 중구 등 순이었습니다.
은평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0건인 단지들이 다수인데요.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현황을 보면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상림2단지롯데캐슬(335가구)'과 '은평뉴타운상림3단지아이파크(255가구)', '은평뉴타운우물골4단지(143가구)'의 전세 매물은 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1059가구), 구로구 구로동 '삼성래미안(1244가구)',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래미안클라시스(1114가구)도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습니다.
전세 품귀현상으로 전세로 살던 집의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비율이 늘었는데요. 부동산 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3만6247건 중 갱신계약은 1만2604건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27%)에 비해 8%포인트 늘어났습니다.
전세 물량 품귀현상 속에서 5월 신규 분양 단지가 전세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5월 분양물량은 임대를 포함해 전국에서 3만6235가구인데요. 올해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물량이며, 지난해 같은달 1만4363가구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많습니다. 다만 서울의 아파트 입주는 단 한 가구도 예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입주 물량 자체가 지난해 대비 많이 줄어든 데다 빌라 수요자들이 아파트 시장으로 몰려오면서 전세가격은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세가율이 60%가 넘어가면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 매매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실거주 의무 유예,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때문에 전세 공급물량이 줄고 빌라 사기 사건 등으로 아파트 전세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집값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지만,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전세가격이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