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성은 기자]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같은 요구는 '지나친 비약'이자 '부의 대물림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섭니다.
중소기업계는 오는 7월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앞다퉈 기업 영속의 장애물이 되는 과도한 상속세의 감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치보다 높은 세율이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어 투자,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고 국가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 상속세 감면이 필요하다는 측이 내세우는 주된 명분입니다. 이들은 감세가 낙수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학계와 시민단체는 상속세 감면 주장의 부당성을 언급하며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상속세는 기업이 아닌 상속 받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것"이라며 "자녀나 가족에게 기업을 승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등 제3자에게 기업을 맡기면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에 대한 세금을 깎아달라거나 안 내게 해달라는 요구는 손쉽게 부를 대물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상속세는 당연히 납부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속세과 기업의 영속성 간 개연성과 기업 존속을 이유로 상속세를 감면해줘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는 상속세 감면 요구에 대해 "상속세와 경영승계는 관계가 없다"며 "일시에 고액의 소득이 발생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하는 것일 뿐 개인에게 부과된 상속세를 깎아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가정신과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불공정한 특혜나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이라며 상속세 징수에 대한 당위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도 "가족에게 승계하지 않고도 기업을 영속하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기업 존속을 위해 가족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부과되는 상속세 부담을 덜어달라는 주장은 비합리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정 교수는 또 "실제로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상실한 사례는 많지 않고 경영 실패 등의 원인으로 폐업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에 내몰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고 부연했습니다.
낙수효과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신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은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낙수효과를 표방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조세정책의 기조를 수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도 "기업이 조세 부담 완화분으로 투자나 고용 창출을 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의문을 표했습니다.
다만 상속세를 무력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기업의 사정을 고려한 정부 지원책 제공은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신 교수는 "상속세를 납부하되 회사에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이나 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과세를 유예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도 "연부연납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기업의 상속이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보완책은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가업상속공제한도를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사진=뉴시스)
조성은 기자 se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