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만화의 로봇들이 한데 모이는 상상을 해 보신 적 있나요? 이들이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이야기에 내가 개입한다면요?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 용 '슈퍼로봇대전 V' 패키지. (사진=이범종 기자)
지난해부터 제가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로 하고 있는 '슈퍼로봇대전 V(슈로대 V)'는 이런 로망을 충족시키는 일본 반다이남코의 대표작입니다. 시리즈 25주년 기념작인 슈로대 V는 2017년 PS4와 비타 용으로 출시됐는데요. 이 게임은 일본 로봇 IP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참고로 V는 숫자 5가 아니라, 항해(Voyage)를 뜻합니다.
이 게임의 이야기는 '우주전함 야마토'가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출격하며 시작됩니다. 각종 차원 이동 설정으로 아무로 레이 등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주인공들은 물론, '용자특급 마이트 가인'과 '마징가' 등 슈퍼로봇 작품의 주인공이 대거 등장합니다.
턴제 RPG 특유의 답답함은 있습니다. 아군을 일일이 이동시키고, 적군의 모든 움직임을 봐야 하니까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로봇 위주로 성능을 개선하며, 여러 이벤트로 늘어나는 필살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투 장면이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출력되기 때문이죠.
닌텐도 스위치 판 '슈퍼로봇대전 V'에서 마징가Z가 전투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닌텐도)
이야기의 45화까지 진행하며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계관이 제각각인 로봇물을 한데 모으려다 보니, 당위성을 만드는 대사가 너무 길고, 시나리오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로봇물 매니아에게는 선물 보따리인 셈이지만요.
이 게임을 하면서 일본 IP 경쟁력이 부러웠습니다. 자국의 유명 로봇들을 한데 모은 게임을 시리즈로 발매할 수 있는 문화의 힘 때문이죠. 국내 게임사들이 업데이트나 기대작에 활용하는 IP가 '드래곤볼'과 '일곱개의 대죄' 등 일본 만화가 많다는 점만 봐도 일본 만화의 여전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만화 IP의 성과를 보며 희망이 생겼습니다. 최근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흥행했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는 서버와 상관 없이 즐길 수 있는 한국 만화 IP 활용 패키지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