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올해도 '극한 호우'에 대한 우려심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예보와 취약지역 관리 등에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나 예측치를 벗어난 이상 기후 발생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16일 AI 홍수예보, 국민체감형 정보제공, 취약지역 관리 등을 주요 골자로 한 '2024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대책을 보면 올해는 하천 중심 75곳에서 지류·지천을 포함한 총 223곳으로 AI 홍수예보 지점을 대폭 늘립니다.
또 올해 7월부터 차량 운전자가 홍수경보 발령 지점 1.5킬로미터(km) 내 진입하면 내비게이션 음성으로 안내합니다. 하천 정비 예산은 지난해 4510억원에서 올해 6627억원으로 늘렸습니다. 침수 우려 지역을 표시한 '도시침수 지도'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합니다.
하지만 '극한 호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2020년 54일 최장 장마로 섬진강 범람, 2022년 시간당 141밀리미터(㎜) 강수로 서울 침수·포항 냉천 범람, 2023년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미호강·논산천 제방 유실 등 최근 집중호우 피해가 잦기 때문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 청사에서 2024년 여름철 홍수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인은 '기후 변화'입니다. 예측치를 벗어난 이상 기후 현상 발생이 빈번해진 탓입니다.
특히 2022년 8월 서울 신림동에서 일어난 '반지하주택 침수'는 아직까지 국민 뇌리 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중증 장애인과 초등학생 등 일가족이 사망했던 사고입니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지난달 발간한 '한국의 안전 보고서 2023'을 보면, 2022년 호우 인명피해는 19명으로 전년 3명 대비 6배 이상 늘었습니다. 2022년 발생한 전체 자연재난 인명피해 64명 중 3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호우 피해액은 3326억원으로 전체 자연재난 피해액 5927억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전년 661억원 대비 9배(796.7%) 불어난 자연재난 피해액의 가장 큰 원인이 호우였던 겁니다.
민경아 통계개발원 사무관은 "지구온난화로 기온, 강수량 등 기후요소가 평년값보다 현저히 높거나 낮은 수치를 나타내는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가 유발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재난 대응 강화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AI 등 사물인터넷(IoT)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재난 경보 확대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사회가 '재난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채 교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볼 때 공사장 물 유입 위험성이 인지됐음에도 청주시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이 움직이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며 "올해도 여러 기관에서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도시 침수'가 예상되는데, 순간적인 집중호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배수구 점검 등 호우 대비를 기존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데다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집중호우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시 지역의 경우 불투수면이 많아지면 갑자기 물이 몰리기에 사전에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지역을 분류하고 호우 시점에 교통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16일 기상청의 3개월 전망치에 따르면 7월부터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오거나 비슷할 확률은 각각 40%로 추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물에 잠긴 부산 온천천 산책로.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