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로 촉발된 이른바 '라인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네이버(
NAVER(035420))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 사실상 소프트뱅크에게 경영권을 뺏긴 상태로 기술력과 노하우를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그동안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고민해 왔지만
, 일본 정부의 이례적 개입으로 인한 '강탈'
우려에 반일 정서가 커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17일 플랫폼 업계 안팎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보안 이슈를 명분으로 네이버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그 속내는 결국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한 '데이터 주권'이 기저에 깔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를 통해 종내에는 자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우겠다는 야심입니다.
최근의 일본의 '경제 안보' 행보를 보면 이 같은 분석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일본은 자국 IT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생성형 AI 등 산업 육성 비전을 세우고 있는데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0일 소프트뱅크에 AI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정비 명목으로 최대 421억엔(약 37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곧바로 화답했는데요.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지난 13일 AI용 반도체 개발 및 제조를 시작으로 최대 10조엔(약 88조원)을 AI 산업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엔비디아와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형식으로 새 조직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경제 안보'를 큰 그림으로 이 같은 AI 육성책과 발맞춰 자국민 80%가 사용하고 일부 행정 서비스에도 활용되는 라인을 '자국 기업 소유'의 핵심 인프라로 키우려는 구상에서 네이버를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행정지도 이후 일본 집권 자민당 인사들의 "명실공히 일본 인프라가 아니면 안 된다"는 등 라인 탈취를 시사하는 공공연한 발언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네이버의 선택인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이미 상실한 상태로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일본의 '강탈' 야욕에 선택지가 좁아진 상태가 됐습니다. 여기에 연일 커지고 있는 반일 여론은 네이버에게 큰 부담인데요. 이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출렁이고 증권업계의 지분 매각 현실화에 따른 목표주가 하향 전망까지 나오면서 네이버는 결국 '피해자'가 됐습니다.
네이버는 7월1일로 시한이 예고된 행정지도 보고서에는 일단 지분 매각 내용을 담지 않기로 했는데요. 앞으로의 상황을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지만, 일본 정부의 '경제 안보' 정책이 확고한 상황에서 결국 지분의 일부 매각이라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것이 네이버에게 가장 현명한 옵션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옵션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스텝에서 고민한다면 일본을 포기하더라도 동남아를 넘어서서 해외 쪽 라인 사업을 가져오는 것이 네이버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전략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