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288330)스 대표가 유상증자 청약 참여 목적으로 보유지분 일부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회사 측에서는 책임경영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최대주주 지분율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할인된 신주를 인수하는 효과를 누리는 만큼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대주주, 지분 팔아 청약 참여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262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신주 발행 예정가액은 1917원으로 1370만주의 신주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유증 목적은 운영자금(249억원)과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13억원)입니다. 다만 업계에선 브릿지바이오의 자본확충이 부실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 추가적인 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만 424억여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자본금과 자기자본은 각각 136억여원, 163억여원으로 자본잠식상태는 아니지만, 올해 2~4분기 순손실이 92억원만 발생하더라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집니다. 자금조달 없이 올해 146억원 이상의 순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도 있습니다.
자금조달이 급한 만큼 브릿지바이오 역시 유증 흥행을 위한 강수를 뒀습니다. 유증 발행가액에 기준가 대비 25%의 높은 할인율을 제공했으며, 유상증자 후 보통주 1주당 0.2주의 무상증자 카드까지 꺼냈습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유증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보유주식까지 매각할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배정된 물량의 50% 수준의 참여를 예정하고 있는데, 유증 신주배정기준일(5월30일) 이후 보유주식 일부를 블록딜(장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입니다. 기존 보유주식인 357만7478주(13.54%) 중 104만1691주(3.80%)를 매각할 계획입니다. 지분매각을 통해 현금화한 금액은 유증 참여 자금으로 활용합니다.
브릿지바이오는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가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입장입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유증 청약에 최대한 참여하게 기업가치 제고와 신뢰도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해 구주매각 후 청약참여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면서 “최대주주는 청약에 참여 가능한 한도로 배정 물량의 50%를 참여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생색내기식 유증참여 지적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장 일각에선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에 ‘말뿐인 책임경영’이라는 조롱이 나옵니다. 이 대표가 블록딜로 매각할 물량이 청약예정 주식(89만3375주)보다 많은 데다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에는 기준가 대비 25%의 높은 할인율이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대표가 유증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와 구주매각 및 유증 50% 참여가 완료될 경우 이 대표의 지분율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대표가 블록딜 없이 유증 청약 참여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기존 13.04%에서 8.69%로 낮아집니다. 지분 3.80%의 구주매각과 유증 50%의 참여가 완료됐을 경우 지분율은 8.34%로 지분율 차이는 0.35%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이 대표 입장에선 구주매각 후 오히려 할인된 신주를 인수하는 셈입니다.
이 대표의 구주매각은 브릿지바이오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 대표의 신주 인수 물량(89만여주)보다 블록딜(104만여주) 매각 물량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블록딜로 구주를 떠가는 투자자는 '5%룰'(대량보유상황 공시)를 피해 언제든 시장에 매도할 수 있습니다. 블록딜이 발행가 확정 전에 이뤄지는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발행가액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인데 청약 참여 물량보다 블록딜 물량이 더 많아 오버행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확정 발행가액보다 블록딜 가격이 높은 경우 최대주주는 블록딜에 따른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하면서도 신주인수권 매매 및 블록딜을 통한 추가적인 현금확보도 가능할 것"이라며 "청약에 0% 참여하는 것과 지분율 차이가 미미한 만큼 보여주기식 책임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청약 미참여와 블록딜 후 청약에서 지분율 차이는 0.4%에 불과하다"면서 "최대주주는 블록딜 매각으로 인해 감가되는 부분이나 양도세 발생 등의 손해를 감수하고도 청약 참여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진=브릿지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