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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ELW시장...규제 완화 없이 회복 불가능
ELW 거래대금, 금융당국 규제 전보다 92% 줄어
입력 : 2024-05-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국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이 추락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거래대금을 자랑했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침체일로입니다. 증권업계는 규제 완화 없이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하는데요. 업계에선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한 완화와 기본 예탁금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1일까지 ELW 전체 거래대금은 10조43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5% 줄었습니다. 3년 전인 21년도 연초부터 5월21일까지(16조9514억원) 대비로는 38.44% 감소했습니다. 금융당국 규제가 시행되기전과 비교하면 지난 2011년 같은 기간에는 131조7603억원으로 92% 가량 줄어든 셈입니다. 시행 후인 2012년도에는 45조937억원이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변동성이 줄어들고, 국내외 각종 레버리지 상품 및 코인 등 더 높은 변동성을 갖는 상품들이 대거 출현하면서 ELW 거래대금은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다만 해외에서 개별주식형 옵션 등이 리테일 고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국내 ELW도 종목형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LW는 특정 주식을 미리 정해놓은 미래 시점에 약속한 가격으로 매매할 '권리'를 지닌 유가증권입니다.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으며, 가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파생 성질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상품입니다. 장내 선물옵션과 달리 별도 계좌를 만들지 않고 일반 주식 계좌에서 매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식(주가의 0.23%)과 달리, 거래세도 없습니다.
 
ELW 투자방식은 기본적으로 주가 방향성을 선택하는 방식인데요. 기초자산 상승을 예상하면 ‘콜’, 하락에 베팅할 경우 ‘풋’에 각각 투자하면 됩니다. 다만 자산 자격과 환율 변동, 발행사 신용위험 발생 등에 따라 투자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습니다. 
 
ELW는 지난 2005년 국내에 도입돼 3년 만에 홍콩에 이어 전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으나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침체에 빠졌습니다. 지난 2011년 일부 증권사가 초단타 투자자에 전용회선을 쓰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벌어지자 금융당국은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 설정, LP 호가제한(8~15%) 등 규제장치를 강화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는 사건이 터지기 전인 2010년 5553억원에서 지난해 1730억으로 내려앉았고, 30개에 달했던 발행사는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3개사로 급감했습니다. 
 
투자수요가 줄자 ELW 발행시장도 지지부진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W 발행액은 2019년 1291억원에서 2022년 1463억원까지 커졌으나 지난해 1123억원으로 꺾였습니다. 발행 건수 역시 2022년 1만건을 넘었으나 2023년 8562건으로 추락했습니다.
 
증권업계 "LP호가제한, 투자자 보호 되레 해친다"
 
증권업계에선 자본시장에서 ELW 상품의 역할도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오래된 규제를 시장에 맞게 완화해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LP 호가제한이 오히려 투자자 보호를 해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 LP와 달리 ELW는 LP호가제한에 의해 시장호가 존재시 LP호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에 따라 적정한 유동성공급이 안돼 투자자가 거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호가규제의 영향을 덜받는 투기적 성향의 저가 ELW 거래의 비중이 증가하게 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LP호가규제 이후 LP의 호가제출이 극히 제한적이게 돼 거래가 집중되는 만기에 아주 가까운 구간에서는 시장 가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장기 만기 상품도 일반투자자들이 LP호가스프레드가 너무 넓어서 거래를 하자마자 손실을 보게 되고 원하는 시점에 LP에게 쉽게 환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재 제도 하에서는 ELW의 투자 매력도가 여타 고레버리지 상품인 선물·옵션 및 레버리지 ETP상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단 지적도 나옵니다. ELW LP가 적절한 호가스프레드로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 제한돼 있고 기본예탁금도 1500만원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한 증권사 ELW 담당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 레버리지 투자 혹은 위험헤지를 하고자 하는 투자수요를 차단했다"면서 "최대손실이 원금으로 제한되는 상품이지만, 기본예탁금이 옵션 매수계좌보다 높은 수준이라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위험 정보를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원금 초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선물·옵션 계좌도 기본 예탁금이 1000만원입니다.
 
이어 "최근 가상자산 등 고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 수요가 높은데, 해당 수요를 ELW와 같이 제도권 안에 있는 고레버리지상품으로 유도하면 투자자보호, 시장규모 등을 모두 높일 수 있다"며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기본예탁금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 측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투자자 보호장치를 유지한 상태에서 가능하단 입장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가장 문제시하는 게 호가 제한인데 LP 호가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일부 수용해서 시장에 반영한다면 발행사가 늘면서 종목 내실화 및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LP들의 유동성 공급이 원활해지면 시장에선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금융위원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유지해야 하므로 발행사 입장만 고려해서 제도 개선을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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