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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격차' 갉아먹은 21대 국회
올해 말 일몰 'K칩스법', 여야 연장안 놓고 '동상이몽'
입력 : 2024-05-23 오후 5:22:24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계가 각국의 직접 보조금을 통해 패권 경쟁을 심화하는 사이 한국의 핵심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정치권의 '대결구도'로 경쟁 우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상훈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K칩스법 폐기 땐세액공제율 '절반'으로 뚝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반도체·이차전지 등 시설투자에 높은 세액공제율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로 높여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올해 일몰되는 법안인 만큼 K칩스법을 2030년까지 6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K칩스법이 올해 말 일몰되면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공제율은 기존 15%에서 8%로 축소됩니다. 또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재발의 시점이 6월을 넘어가는데, 국정감사 시즌까지 겹쳐 올해 말을 넘길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반도체는 우리의 핵심전략산업인데요. 정작 국회가 '반도체 초격차'를 가로막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527억달러(한화 약 72조원)를 투입하기로 한 것과 대비됩니다. 미국은 527억달러 가운데 390억달러(약 54조원)를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을 위한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25%의 세액 공제도 지원합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구마모토 공장건설 비용의 3분의 1을 보조해주기로 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430억유로(약 63조원) 규모의 반도체 법에 합의하고 '공동이해관계에 관한 중요 프로젝트'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 81억유로(약 12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해외 주요국들이 핵심전략 산업에 직접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데 반해, 우리 국회는 세액공제조차도 머뭇거리면서 천문학적 보조금을 받는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도체 산업 견인에 대한 여야 간 공통된 시각이 있음에도,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건 세수 문제때문입니다. 기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대로 공제율 상향이 이뤄질 경우 2024년 3조2700억원, 204~2025년 누적 4조26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계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은 혼선을 빚었습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세제 공제율을 8%로 결정했다가, 윤석열 대통령 지시 이후 이를 다시 15%로 늘리는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롤러코스터를 탄 셈입니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을 지시한 윤 대통령은 이날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반도체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금융·인프라·연구개발(R&D)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산업은행을 통한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 신설과 세액공제 연장안 등 26조원 규모의 대책이 담겼습니다. 
 
대기업 감세 논란과 관련해서는 "세제 지원으로 기업 투자가 확대되고 수익이 늘어나면 국민은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누리게 된다"며 "반도체 산업 종합 지원프로그램의 70%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상목(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정부 출범 2주년 계기로 경기도 화성시 반도체기업 HPSP를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김용운 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AI기본법도 폐기 수순…뒤처지는 한국 경제
 
국회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산업들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건 K칩스법 뿐만이 아닙니다. EU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규제법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AI를 활용 위험도 별로 분류해 규제 수위를 다르게 적용하는 게 특징입니다.
 
세계 각국이 AI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는 건데, 'AI 기본법'(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초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관련해 업계에서는 AI기본법 제정이 미뤄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선뜻 투자·개발에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또 AI 전력 수용에 대비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소속의 '전력망 확충 위원회'를 신설하고 인허가 절차 개선과 보상·지원 확대로 전력망 구축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폐기 기로에 서 있습니다. 
 
10년 이상 된 노후 차를 신차로 바꾸면 개별소비세를 70% 한시적으로 감면해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까지 줄폐기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한편 지난 22일 한국경제인협회는 K칩스법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입법과제들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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