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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8일 16: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오너 2~4세들은 본격적인 경영 승계 작업에 분주하다. 특히 후계자들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속세 해결'이라는 큰 숙제에도 직면했다. <IB토마토>는 현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요 제약사들의 자금 조달 전략과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한미약품(128940)그룹의 임종윤 한미약품 대표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 이어 상속세 문제에 직면했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통해 전체 상속세의 절반 가량을 납부했지만, 4차 납부기간이 도래하면서 최근 또다시 이자율이 높은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주식담보대출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임종윤 대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한 코리그룹,
DXVX(180400)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도 보고 있으나, 대출금과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미약품)
주식담보대출로 세금 마련했지만…높은 이자율에 상환 '우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종훈 대표가 최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에는 4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대표와 자녀인 임후연·임윤지 씨도 대상에 포함된 금액으로 한미사이언스 주식 78만4057주(1.12%)를 담보로 맡겼다. 한편, 임종훈 대표는 이후 정정 공시를 통해 자녀 주식 수 72만5000주와 본인 주식 9215주를 포함해 73만 4215주를 담보로 150억원 대출 받은 것으로 공시했다.
이는 상속세에 대한 4차 납부 기간이 도래하면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한미약품 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오너 일가에게 약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가 부과됐고,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절반가량의 납부를 마쳤으며, 향후 2년간 2644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4차 상속세 납부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납부 금액은 총 7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초 4차 납부 기한은 올해 초였지만, 오너 일가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가운데 상속세 재원 마련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 올해 말까지 납부 기한을 연기했다.
문제는 상속세 재원을 위해 실행한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높아 꾸준히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다. 가장 최근 실행한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은 6%이며, 임종훈 대표에 대한 대출 기간은 올해 8월19일까지로 단기간에 상환을 해야 한다. 자녀에 대한 대출 기간은 28일 담보계약 해지시로 변경됐지만, 그럼에도 짧은 기간 동안 임종훈 대표의 대출 금액인 150억원에 이자 9억원을 얹어 159억원을 갚아야 하는 실정이다.
오너 일가는 이미 수차례 주식담보대출과 환매조건부 주식 매매 계약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만 현재까지 324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환매조건부 주식 매매 계약 방식을 실행하면서 주식담보대출 이자율과 관련된 부담은 현재까지 없다.
그러나 임종윤·임종훈 대표는 수차례 담보계약 방식으로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했으며, 앞서 실행했던 주식담보대출의 이자율은 4.93~6.3%에 달한다. 두 대표가 담보계약으로 발행한 주식담보대출의 원금과 이자율만 약 3134억원(원금 2947억원, 이자 160억원)이기 때문에 향후 대출 금액과 이자율 상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주식담보유지비율도 160%다. 지난 2023년 임 대표가 실행한 주식담보대출에서는 주식담보유지비율이 150%였지만 최근 늘었다. 통상 주식담보유지비율에 미달하면 대출기관이 보증금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식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유지비율의 유지가 어렵다면 대출기관이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오너일가에 상속된 주식 총 2307만6985주에서 송영숙 회장은 354만5066주를 받았다. 이는 자녀들이 상속받은 주식(각 354만5066주)의 2배에 달한다. 다만, 오너 일가는 상속세 연부연납 방식을 활용했기 때문에 향후에도 오너 일가가 다같이 상속세를 해결해야 한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주주의 상속세 문제는 답변드리기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다.
상속세 재원 조달 시나리오는
두 대표가 발행한 총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한계에 달하면서 향후 납부해야 할 자금 마련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임종윤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 DXVX와 코리그룹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총 5778억원 규모에 달하는 오너 일가 잔여 상속세와 담보계약과 관련된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상환 금액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재원 조달을 위해 배당금 확대 전략을 펼칠 수 있지만, 현재 DXVX는 실적 악화로 인해 결손금이 누적돼 있어 사실상 실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통상 영업적자로 인해 결손금이 있는 기업이라면 법정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결손금을 상쇄하고, 이후 여분의 이익잉여금이 생기면 배당을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기준 DXVX의 누적 결손금은 808억원으로, 사실상 배당 재원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49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간(13억원)과 비교했을 때 악화되고 있다.
DXVX를 활용한 또 다른 상속세 재원 조달 방법은 지분 매각이 있으나 임 대표가 보유한 모든 지분을 매각해도 넉넉지 않다. DXVX의 주가(27일 종가 기준 4130원)에 임 대표가 소유한 주식 수(581만6189주)를 반영해 단순 계산해도 매각 자금은 240억원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임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COREE(코리) 그룹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리는 바이오 임상시험수탁(CRO) 및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코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697억원(약 5112만달러)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다만, 지난 3월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임 대표는 코리 그룹 활용 방안에 대한 답을 회피했던 바 있다.
임 대표와 밀접한 관계자에게 상속세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질문했으나 "(상속세와 관련해서는) 전할 수 있는 게 없다" 라며 말을 아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