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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는 자세
입력 : 2024-05-29 오후 4:34:14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염기훈 감독 선임 당시부터 구단과 선수 서로에게 최악의 수가 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염기훈 감독은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K리그2 15라운드에서 1-3 역전패 직후 박경훈 단장을 찾아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단도 염 감독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염기훈 감독은 정식 사령탑 부임 4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감독대행을 맡았을 땐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고, 정식 감독 부임 뒤 개막 14경기만 지휘하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나는 등 감독 커리어에도 오점을 남겼습니다.
 
수원 팬들은 다른 레전드들에 이어 또 다른 구단 레전드를 씁쓸하게 떠나보내야 했다는 점에 상처를 받았지만, 그를 레전드로 남기기로 했습니다.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는 자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하지만 물러설 때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위상을 떨어트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입니다. 최근에는 사퇴 여론이 들끓는데,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에 당선되며 국제 축구 외교 무대에 복귀했습니다.
 
한국 축구 수장이 다시 AFC에서 중책을 맡은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축구계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지도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2013년 취임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체제는 그간 선배, 후배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한국축구의 위상과 자긍심을 그의 재임 기간 모두 무너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협회는 지난해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시도, 불투명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 정 회장이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 시절에 도입한 K리그의 U-22 선수 의무 출전 제도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앞서 선임 과정이 불투명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펼친 끝에 선수단 불화까지 터졌습니다. 이어 황선홍 감독이 이끈 대표팀 U-23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하면서 4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는 등 최근 한국 축구엔 바람 잘 날이 없는데 정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이 나아가야 할 때인지, 물러나야 할 때인지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욕심이 눈을 가리면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이 저하된다고 하는데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현실을 판단하는 능력은 회복이 될 수 있을까요.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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