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 당권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민주당은 '맞춤형' 당헌 개정까지 시도하며 이재명 대표에게 대권 가도의 길을 터줬습니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쥐게 됩니다. 의회와 지방 권력을 독점한 뒤 곧장 대선으로 직행할 예정인데요. 당권·대권을 양손에 쥔 '이재명 일극 체제'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해 유력 당권주자들이 차기 당대표 자리를 두고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사당화 방지' 규정…14년 만에 삭제
민주당은 지난 30일 의원총회에서 당대표·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때,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현행 당헌에 예외 조항을 두는 안을 발표했습니다. '지방선거'나 '대통령 궐위' 등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한다는 건데요. 대통령 궐위를 상당한 이유로 제시한 걸 두고선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을 준비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민주당은 "당대표 사퇴와, 전국 단위 선거가 맞물릴 경우 혼선이 불가피하다"며 "현행 당헌은 대통령 궐위 등 국가적 비상상황 발생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나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대선 1년 전 대표직을 사퇴하도록 한 규정은 특정인이 당권·대권을 독식하는 폐해를 막고,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10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박주선·장성민 등 비주류 당권 주자들은 "당권·대권이 일체화하면 당은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한다"며 "당권·대권 분리를 부정하는 건 '제왕적 총재'로 회귀하자는 선언"이라고 주장해 분리 조항 도입을 관철했습니다.
결국 해당 당헌이 14년 만에 개정되는 건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조처라는 평가입니다. 차기 당대표가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2026년 3월까지 물러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이 대표에겐 연임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왔습니다.
개정안이 당내 논의를 거쳐 확정되면 이 대표는 오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고, 그 원동력으로 대선에 나가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비명횡사'(비명계 공천 탈락)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거기에 민주당은 뇌물과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행위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당헌 문구도 삭제키로 하면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까지 해소하려는 모습입니다. 앞서 2022년에도 이른바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지지자 5만명이 '이 규정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고 청원에 나섰는데요. 민주당이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이 대표의 연임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입니다. 당내에서 그를 견제할 대안 세력이 부재한 데다,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거 등에서 권리당원의 표심을 반영하는 등 '당원 주권주의'에 속도를 내면서, 강성당원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동훈, 당권 도전을 앞두고 본격 행보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정치적 보폭을 넓히면서, 그의 당권 도전 공식화 시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명 '목격담 정치'로 본인의 존재감을 확인한 그가 '정책 현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관측입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제'를 비판한 데 이어, 최근엔 "지구당을 부활시키자"고 공개 주장했습니다. 4·10 총선 패배 이후, 당 운영 관련 의견을 처음으로 밝힌 건데요.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한 전 위원장의 명분입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2~3개월 만에 당권에 도전할 경우,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으로선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재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존재합니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다면, 한 전 위원장이 중용했던 인사들이 그의 당권 도전에 전위부대 역할을 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초선 의원 중 상당수가 한 전 위원장에게 공천장을 받은 만큼, 전체 의석의 40%를 차지하는 초선 당선인 44명의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중엔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없습니다.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해 나경원, 안철수, 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4·10 총선 패배의 원인이 윤 대통령으로 귀결되는 만큼, 차별화가 관건인 셈입니다. 전당대회에서 주요 당권주자들이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며 경쟁을 펼 가능성도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