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 각축전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오너리스크를 탈피한
키움증권(039490)이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서두르고 있는데요. 지난해 불거진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던 키움증권이 족쇄를 풀면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의 행보도 관심이 갑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3일 "연내 초대형 IB 진출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키움증권은 이미 2022년말 기준 자기자본 4조원을 넘어서며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해 왔습니다. 2022년 9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은 이후 전략기획본부 내 초대형 IB 전담 조직인 종합금융팀을 신설해 초대형 IB 인가를 차근차근 진행해왔습니다.
키움증권이 종투사에 이어 초대형 IB로 도약하게 되면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가능해지는데요. 발행어음의 경우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가 가능합니다. 발행 공시와 신용 평가 등 공모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발행 절차가 간편하고,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상시적인 자금 수탁이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기준 증권사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18조8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했습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현재와 같이 고금리 상황에서 발행어음 사업이 자금 유입 수혜를 볼 수 있는 점에서 매력이 큽니다. 기업 금융 시장에서 발행어음을 통해 유동성 불안에 대응이 가능해 알짜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발해어음 사업이 가능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에 불과합니다.
6번째 초대형 IB 주인공은 누구
자본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의 초대형 IB 인가는 금융감독원에 우선 신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의결하면 결정됩니다. 내부 통제와 위험관리, 대주주 적격성 등이 선결 과제입니다. 키움의 경우 내부 통제 이슈 보다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김익래 전 회장이 사상 최대 주가조작 범행으로 꼽히던 일명 '라덕연 사태'에 연루됐단 의혹입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대주주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입니다.
타 증권사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가장 빠른 증권사는 하나증권입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신청 서류를 제출하고 현재 당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내실 다지기에도 성공한 모습입니다. 지난 1분기 하나증권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9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습니다. 직전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탈피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도 묘수가 돋보입니다. 과거 2015년 삼성증권 시절 초대형 IB 인가와 IB 강화에 기여했던 인물인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작년 11월 신임 IB그룹장(부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서류 제출 이후 금감원과 조율 중에 있다"며 "금감원이 서류 심사를 마무리하면,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메리츠증권도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초대형 IB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메리츠금융그룹의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중"이라며 "작년 말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5조6000억원으로 인가 기준인 4조원을 충족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경우 내부 통제 이슈가 해결 과제로 꼽힙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메리츠증권의 미공개정보 등 업무상 정보를 이용한 사적이익 추구 사례에 대한 유관부서 및 투자 프로세스 전체 조사와 메리츠증권의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전면 종합감사 실시가 예고된 바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현재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진출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초대형 IB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서 "사업상 시너지 등 기존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현재 초대형 IB로 지정된 곳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입니다. 다만 삼성증권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발행어음 사업에는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전경=뉴시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