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DB손해보험이 의료자문 제도를 악용해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암 환자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에 참고하기 위해 보험사가 지정한 병원에서 의료자문을 받으라고 요구하는데요. 보험급 부지급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DB손해보험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 모임(디피모)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는 3일 서울 강남구 DB손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유령의사 의료자문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환자는 질병 발병 후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진료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는 진료 내용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유령의사 의료자문'을 내세워 실손의료보험, 생명보험 입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DB손보가 '치료'와 '진료'에 보험금 지급 차별을 두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도 나왔습니다. 입원이든 통원이든 '치료'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진료'에 대해서는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조에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해야 합니다.
디피모 측은 "(DB손보의) 보험약관상 입원에 대한 정의는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입원진료'와 '외래진료'가 아니라 '입원치료'와 '외래치료'를 기준으로 작성돼 있는데 일반인 상식으로는 입원 치료와 입원 진료는 다르지 않다"며 "보험금을 제3자 의료자문에 응해야 한며 동의를 받아놓고 지급은 거절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의료자문 제도 논란은 DB손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환자 주치의가 아닌 다른 전문의사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보험사가 이 제도를 보험금 삭감이나 부지급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험이용자협회가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지난 2022년 보험금 청구(지급) 건수는 7415만건 중 의죠자문 실시율은 0.1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중 의료자문 실시 후 보험금 삭감을 포함한 보험금 지급 거절 건수는 42.5%에 달합니다.
의료자문 결과가 보험사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면 보험사와 보험금 청구권자의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보험금 청구권자들이 보험사의 요구에 '유령의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보험사가 의뢰한 의료자문 소견서에는 의사 이름과 소속 병원 등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DB손보 관계자는 "의료자문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현재도 의료자문 필요없이 담당 주치의 소견만 제출해도 된다"며 "치료가 더 필요한 분들은 보험금 지급을 해드린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원 치료하며 추적관리하면 된다는 주치의 소견이 나올 경우 입원치료 필요성이 없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DB 실손의료비 부지급 피해자 모임(디피모) 회원들이 3일 서울 강남구 DB손해보험 본사에서 실손보험금 부지급을 규탄하며 의료자문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시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